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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8일 오찬행사에 참석한 북한 응원단의 리춘영 (왼쪽) 강현주씨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북한 응원단의 최대 강점은 선수들과는 달리 미소를 잃지 않는 싹싹한 태도로 부산 시민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는 사실. 악수 요청과 미인이라는 칭찬에 활짝 웃으며 같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손을 흔드는 등 자연스런 행동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일요신문>은 1백52명의 북한청년취주악단과 각 예술단에서 선발된 1백45명의 응원단 등 마치 ‘미인대회’를 방불케 하는 북한 응원단을 밀착 취재하는 과정에서 대학생 대표로 선발된 평양외국어대학 학생들과의 인터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북한 여대생들의 일상생활을 알 수 있는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인터뷰는 부산 입성 첫날인 지난 27일 오찬이 열린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이뤄졌다.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중 서로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6명 모두가 예술단이 아닌 평양외국어대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식적인 보도에 의하면 취주악단과 예술단이 참가자들의 대부분이라고만 밝혀졌는데 일반 대학도 아닌 외국어대 학생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은 북측에서 이번 응원단을 선발하는데 여러 가지 사항을 두고 고민과 배려를 했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호텔로 오기 전 다대포항에서 첫 대면을 할 때만 해도 이들의 모습은 피곤과 긴장으로 얼굴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남측 안전요원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기자가 던지는 어떤 질문에도 한결같이 “반갑습네다”만을 연발했던 것과는 달리 오찬장에선 다소 편안한 모습으로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대답했다.평양외국어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강현주(23)씨는 부산의 첫 인상에 대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간판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 “무질서하고 공기도 안 좋은 것 같다”는 부정적인 소감을 피력했다.
대학 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강씨는 갑자기 “남측 대학생들은 어려운 생활로 등록금을 내지 못해 대학 가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어왔다. 또한 “나라에서 세금을 많이 내라고 하는 바람에 국민들 생활이 쪼들린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해주길 바랐다.
기자가 자본주의의 논리를 설명하며 이런저런 사정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있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바람에 생활이 어려워 대학에 가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말이 사회주의 제도에 대한 찬양이었다.
즉 북한에선 등록금 없이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며 시험을 통해 입학이 결정되고 대부분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용돈이 해결된다는 것. 또한 외국어와 컴퓨터 관련 학과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서 남측에선 어떤 학과가 인기 있는지 궁금해했다.
질문들이 다소 민감하다고 생각했는지 기자 옆에 앉아 있던 예술단 임원 리정식(46)씨가 다른 걸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북한 대학생들의 연애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남자 친구가 있냐고 묻자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6명 모두가 ‘있다’고 대답해 기자가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남자 친구의 유무는 반지를 끼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금세 알 수 있었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외모로 사진기자들의 집중적인 카메라 세례를 받았던 리춘영씨(21)씨는 반지의 출처에 대해 궁금해하자 “같은 대학에 다니는 남자 친구가 선물해준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에스파니아어를 전공한다는 리씨는 대학 졸업 후 스페인으로 유학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와 결혼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말해, 순간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혼전순결을 주제로 잠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솔직한 생각을 듣기란 무리였지만 영어를 전공한다는 백영심씨(21)는 결혼 전 남자와의 잠자리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얼굴을 붉혔다. 물론 데이트하면서 손도 잡고 가벼운 스킨십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의 관계에 대해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 강현주씨는 ‘연애도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단정하며 북한에서도 자유로운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고 거듭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