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31일자 동아일보. 오른쪽 위에 상품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노무현 대통령의 등산 사진이 실렸고, 왼쪽 아래에는 그 등산복의 광고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 ||
노 대통령은 지난 10월3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에 올랐다. 이날 대통령은 “내년 초에 내 개인 진로에 대해 밝히겠다”는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입었던 노란색 등산 재킷이 유독 눈에 띄었다. 당시 대통령이 입었던 재킷은 LG패션이 올해 초 들여온 프랑스의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인 ‘라푸마’(lafuma) 제품. 방수와 방풍, 발수 기능이 있는 고어텍스 소재로 시중에선 40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다음날(31일) 대부분의 일간지는 노 대통령이 전날 등산하는 사진과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동아일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발견됐다. 이날 <동아일보> A5면에 여느 일간지와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이 ‘라푸마’ 등산복을 입고 등반하는 사진이 실렸는데, 바로 옆면인 A4면에는 ‘라푸마’ 제품을 선전하는 ‘순수’ 상업광고가 동시에 실렸던 것. 신문을 양면으로 펼치면 A4엔 상업광고가 A5엔 이 제품을 입은 대통령의 사진이 한눈에 들어오는 셈이다.
이 사실이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면서 “대통령이 광고 모델로 나선 것 아니냐” “<동아>가 ‘라푸마’를 입은 대통령 사진이 실릴 것을 예상하고 발 빠르게 ‘라푸마’ 광고를 따냈다” “LG패션측이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대통령 사진 곁에 게재했다”는 등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뒤따랐다.
<동아일보> 광고국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한 경위를 묻는 기자에게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반문했다. 광고국 직원들조차도 등산복 입은 노 대통령 사진과 등산복 광고가 양면에 실렸던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광고국 한 간부는 “‘라푸마’ 제품 광고는 오래전부터 부킹돼 있었고, 그날 실린 것뿐”이라며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의도적으로 광고와 대통령 사진이 겹치도록 하려 했다면 다른 신문에서도 똑같이 나갔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LG패션측으로서는 너무 절묘한 광고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