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동기동창.라이벌 등 양보할 수 없는 혈투 예고
정종섭 행자부 장관(왼쪽)과 류성걸 의원.
몇 달 전 새누리당 의원연찬회에서 공직자로선 해선 안 될 “총선 필승” 건배사로 질타를 받았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최근 대구 동구갑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북고 동창회가 ‘멘붕’ 상태라고 한다. 동구갑은 현재 새누리당 대구시당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의 지역구인데 둘은 경북고 57회 동기다. 게다가 옆 지역구인 동구을은 같은 경북고 동기인 유승민 의원 지역구다. 경북고 동기동창이 이끌어오던 대구 동구에 ‘신박(신친박)’ 내지는 진박으로까지 불리는 정 장관 이름이 거명되면서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생긴 것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재만 전 동구청장. 둘의 인연은 흑역사다. 정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005년 10월 대구 동구을 재보선 당시 이 전 청장이 불쑥 유 의원을 수행하겠다고 나섰고, 이후 인연이 닿아 재선 동구청장이 됐다. 하지만 동구청장이 된 이 전 청장은 친이계에 가까웠고 친박이었던 유 의원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졌다는 후문이다. 이 전 청장은 안택수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들이 주축인 ‘어울림’이라는 모임의 핵심 멤버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 이 전 청장이 출마선언을 통해 친박을 자처하면서 지역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왼쪽)와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대구에서 화이트칼라 계층이 가장 많이 산다는 ‘정치1번지’ 수성갑도 경북고 동창 간의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의 선배다. 현지에선 김 전 지사 쪽과 김 전 의원 쪽으로 경북고 여론도 갈라져 분위기가 묘하다. 하지만 김 전 지사의 멘토와 같았던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김 전 최고위원의 큰 처남인 인연이 있어 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밥숟가락 개수까지 다 아는 김 전 지사가 ‘등에 칼을 꽂으러’ 왔다는 이야기다. 애초 이 지역에서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의 출마설이 크게 돌았지만 차마 경북고 동기동창인 김 전 최고위원과 붙을 수는 없어 분당으로 틀었다는 후문이다.
대구 달서구의 두 초선도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달서구을의 윤재옥 의원에게는 대선전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축소 수사 지시로 기소됐다 무죄 선고를 받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도전하고 있다. 둘 모두 치안정감 출신이다. 2000년 윤 의원이 대구경찰청 보안과장이었고 김 전 청장은 수사과장이었다. 대구 달서경찰서장을 먼저 한 윤 의원이 그 바통을 김 전 청장에게 넘긴 인연도 있다.
대구 달서구갑에는 방송 앵커 출신이 맞붙었다. SBS 앵커 출신인 홍지만 의원에게 대구MBC 사장 출신인 박영석 전 앵커가 도전하고 있다. 홍 의원은 1993년 SBS 보도국에 기자로 입사했고 박 전 사장은 1984년 대구MBC에 입사했다.
대구 북구을 지역에는 현역인 서상기 의원에게 재선 출신인 주성영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 나란히 나섰던 둘은 원래 친한 사이였는데 주 전 의원이 낙천하고 서 의원을 밀면서 악연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서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낙점되지 못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고, 주 전 의원은 서 의원과 ‘약속한 바가 있다’며 북구을에 둥지를 틀었다. 정치판에 비극이 연출되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