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 동안 관심사라고 한다면 동계훈련 정도였지만 올해 초 프로축구에서 도입한 FA제도의 시행과 드래프트제도의 폐지는 선수들의 연봉 협상과 트레이드를 초미의 관심사로 만들어 놓았다.
아직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FA자격 취득으로 자유의 몸이 된 선수들의 움직임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FA제도가 오히려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6월 이사회를 통해 FA제도의 시행안을 확정했고 그로 인해 올해 26명의 선수들이 FA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올 시즌이 끝나면 새롭게 59명의 선수가 자유계약신분을 얻게 되고 이중에는 각 구단에서 탐낼 만한 대어들이 제법 눈에 띄는 것이 사실.
하지만 대박을 꿈꿀 수 있는 귀하신 FA선수들이 대박은커녕 쪽박을 찰 수 있는 현실 앞에서 표정이 그렇게 밝지 않다. 사상 두 번째로 FA신분이 되는 선수들을 살펴보면 명성만큼이나 화려하다.
▲ 삼성 고종수(왼쪽)와 부산 우성용 | ||
하지만 벌써부터 FA시장은 한파 조짐이 보이는 게 사실. 아직 시즌중이고 12월이 돼야 현 소속팀과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FA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기 때문.
FA 대상자들 중에는 오히려 FA신분이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구단들의 입장은 여유만만하다. FA제도가 선수들이 자신의 의사대로 어떤 구단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본래 제도의 취지를 떠올린다면 선수와 구단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다.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턱없이 비싼 이적료. 이적료 산출 기준도 꽤나 복잡하다. 구단들은 사실 FA선수를 영입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선수들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기량에 따라 높은 연봉을 손에 쥐게 해준다는 매력적인 제도가 오히려 마음만 있고 실천이 안되는 타 구단의 외면(?)에 울며 겨자먹기로 현 구단의 제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올해 FA신분이 되는 S선수는 “FA 대상으로 거론되는 선수들 나이가 대부분 30세를 뛰어넘는데 과연 어떤 구단에서 1∼2년 정도의 활용 가치를 고려해 비싼 몸값을 지불하겠는가. 결국 다른 구단에서 제의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현 소속구단이 오히려 FA선수에게 큰소리 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 FA제도의 모순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구단 프런트의 입장을 살펴보면 선수들과의 대조적인 심리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모 구단의 L과장은 “현재 소속팀의 FA선수들은 그만큼 인기와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일단 잡는다는 방침”이라는 전제를 깔면서도 “많은 선수들이 FA자격을 얻지만 실제로 타 구단으로 옮기는 선수는 고작 1∼2명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30대 선수들에 대해 ‘갈테면 가라’는 식의 냉랭한 시선을 고려해 볼 때, 과감한 베팅을 할 구단은 거의 없어 보인다. FA제도는 표면적으로는 구단의 재정적 부담을 늘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최근 감독의 선수기용 문제에 반기를 든 김도훈(30•전북 현대)과 조윤환 감독의 파워게임을 통해 FA 대상자 김도훈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는 한 축구계 인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