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팀 모비스에서 트레이드된 뒤 톡톡히 앙갚 음을 하고 있는 LG 강동희. [대한매일] | ||
트레이드된 사연도 가지가지. 특히 강동희는 친정팀 울산 모비스에 ‘복수의 칼’을 가는 상태고 서장훈은 뒷돈 거래설로 환난을 겪다가 이적팀 삼성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우승팀 동양의 주전 선수로 뛰다가 신선우 감독과 새로운 인연을 맺은 전희철은 이렇다할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강동희는 친정팀 울산 모비스에 노골적인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모비스를 상대로 첫 경기를 치렀던 지난달 29일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며 새로 승선한 최희암 감독을 무안하게 만들었던 일이 스스로 ‘통쾌할’ 지경이다.
강동희는 또 올 시즌 목표가 모비스전에서 전승을 올리는 일이라고 말할 만큼 새로운 의욕을 다지고 있다. 그렇다면 강동희는 단순히 트레이드된 사실로 인해 모비스에 ‘한’을 품은 것일까.
우선 두 가지 이유가 강동희의 트레이드 사연에 숨어 있다. 최희암 감독은 모비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강동희, 김영만을 내보내고 연세대 제자인 우지원, 오성식을 데려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강동희의 지난 시즌 성적 부진이었지만 뿌리를 따져보면 최희암 감독과 강동희는 태생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 관계.
강동희는 중앙대 출신으로 기아의 주전으로 맹활약한 바 있고 최희암 감독은 연세대 감독을 맡아 농구대잔치 우승을 놓고 중앙대 및 기아와 접전을 벌인 적인 한두 번이 아니다. 비록 감독과 선수 사이였지만 오래 ‘적’으로 지내던 관계에서 갑자기 사제지간으로 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두 번째 이유는 모비스가 기아와 강동희가 맺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강동희의 반발을 샀던 것. 지난 시즌 이후 FA로 풀려난 강동희는 기아와 재계약을 맺으며 ‘은퇴 후 유학과 코치직 보장’이라는 옵션을 제시받았다.
▲ 전희철 | ||
결국 강동희는 LG로 트레이드됐고, ‘영원한 기아맨’임을 자부하며 살아온 그로선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강동희는 LG와 계약하며 옵션을 제시받았다. 만약 이번 시즌 LG가 우승하면 3천만원에다 보너스를 얹어주고 코치직을 보장해준다는 내용. 강동희가 목숨 걸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동양의 마스코트’였던 전희철도 전주 KCC로 ‘이사’를 갔는데 그 뒷얘기도 흥미진진하다. 신선우 감독은 ‘토털농구’를 표방하는 사람이다. 즉 전원공격에 전원수비를 하는 스타일. 지난해 이 ‘토털농구’로 KCC를 4강에 올리는 등 톡톡히 재미를 봤는데 신 감독이 시즌 종료 후 기자들에게 한 말이 있다. “아직 나의 토털농구는 완성되지 않았다.
이상민 추승균에 전희철만 가세한다면 완벽한 토털농구를 실현해 보일 수 있다.” 결국 KCC는 이적료 6억원을 주고 전희철을 트레이드했다. KCC 입장에선 모험이나 마찬가지. 전희철은 내년에 FA 선수로 풀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희철의 부진과 KCC의 8연패로 신선우 감독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상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현재 울산 모비스 소속인 정인교는 원래 원주 TG로 갈 예정이었다. 지난해 FA선수로 풀린 뒤에도 그를 데려가는 팀이 없자 ‘울며 겨자 먹기’로 코리아텐더에서 수련선수로 치욕적인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경기에 뛰지 못하고 연습생으로만 지내면서 정인교는 한때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등 폐인처럼 생활했다. 이를 알게 된 원주 TG에서 전 나래의 심볼이나 다름없던 정인교를 스카우트하려 했다.
이형주를 KCC로 트레이드해 정인교의 연봉을 마련한다는 게 TG측의 복안. 그런데 신선우 감독이 원래 약속했던 5천만원 중 3천만원밖에 줄 수 없다는 바람에 정인교의 입단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 정인교는 휘문고 선배인 울산 모비스의 최희암 감독이 6천만원의 연봉에 데려가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농구판의 트레이드에 얽힌 사연들은 그렇게 ‘돌고 도는 인생사’의 축소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