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구세주는 오직 노무현”
![]() |
||
▲ 지난 2002년 12월20일 노무현 당선자를 방문한 박지원 실장. | ||
물론 박 전 실장 주변에선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정가 호사가들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지인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대선 불법 도청’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실장의 이름이 거론되게 된 배경은 대체 무엇일까.
2002년 대선 당시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박지원 비서실장은 DJ의 오른팔이었다. 오직 그의 관심은 DJ가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도 평안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박 실장이 ‘김심’을 읽고 노무현 후보를 적극 밀어주었다는 주장이 정설로 통한다”고 말했다.
최근 동교동 옛 핵심관계자도 기자에게 “당시 ‘김심’은 노무현 후보에게 있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한 박 당시 실장이 노 후보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이인제는 당선될 경우 DJ를 밟고 넘어갈 것이란 게 박 실장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인제가 권노갑 고문 등은 찾아갔지만 자신에게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서운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당시 여권의 이런 분위기는 한나라당이 폭로했던 도청 문건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02년 3월11일 민주당 김원기 고문과 김정길 민주당 전 의원 사이의 통화내용에는 김 고문이 ‘3월10일 박지원 청와대 특보에게 노무현 후보가 본선에서 이인제보다 경쟁력이 좋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청와대 내에 조성될 수 있도록 잘 얘기해 놓았다’며 노 후보의 경쟁력 우위를 강조하는 대목이 들어 있다.
검찰이 박지원 전 실장의 노 후보 밀어주기가 후보 단일화 과정의 불법 도청으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