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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한화갑 대표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전언이다. 지난 1일 서해교전 사태를 논의하는 자 리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이 묘한 여운을 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심지어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대선때까지 계속 같이 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마저 분출되고 있다. 두 사람은 동교동 구파가 물러난 민주당에서 신체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이른바 ‘노-한 체제’라는 이름 아래 개혁·쇄신파 의원들을 포괄, 신주류를 형성해오고 있다.
노 후보는 부족한 당내 기반 탓에, 한 대표는 스스로 대권주자가 되기 어려운 한계 탓에 각각 서로를 선택, 한 배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에게서 균열조짐이 빚어진 것은 꽤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김대중 대통령과의 차별화, 김홍일 의원탈당문제 등을 둘러싸고 공식 표면화됐다. 특히 한 대표가 노 후보의 스타일과 대선전략 등에 실망감을 표출, 상당히 서먹한 관계로 돌아섰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가장 최근인 7월12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두 사람의 주례회동. 두 사람은 매주 금요일 오전 주례회동을 하며 향후 과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꽤 어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합의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통상 노 후보와 한 대표는 회동을 끝낸 뒤 서너 가지의 합의사항을 발표해왔다.
두 사람 주변에서 흘러나온 비공개 대화 내용을 종합하면 8·8재보선 승리를 위한 노력, 권력층 및 친인척 부패 근절을 위한 구조적 시스템 마련, 김홍업씨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 검찰의 한나라당 비리에 대한 철저 수사 촉구 등에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 이상 만났음에도 하나마나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런데 정작 두 사람은 1시간 동안 민감한 당내현안으로 떠오른 탈DJ, 즉 김홍일 의원 탈당문제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이틀 전인 10일 검찰이 김홍업씨 수사결과를 발표, 국민들은 김 대통령에 대해 또 한번 분노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8·8선거 승리를 위해 가장 핵심 과제인 탈DJ과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되기 어려웠다. 아주 형식적인 만남이었음을 반증한다.
두 사람의 서먹한 관계는 7월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후보가 탈DJ 관련 기자회견을 열던 날이다. 노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극비리에 부쳤고 갑작스레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 통보한 뒤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김홍일 의원 거취에 대한 김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 기자회견이다. 김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왔던 노 후보가 사실상 DJ와 차별화를 본격 시작한 날이다.
박상천 정균환 한광옥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기자회견 내용과 절차를 격렬히 비판했다. 이들은 회의 직후 열린 노 후보의 기자회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서 한 대표 역시 노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대표는 “그렇게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비판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후보는 “시간이 없다. 나를 양해해달라”고 말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으며, 한 대표는 할 수 없이 노 후보를 따라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대표는 노 후보의 기자회견 내내 딱딱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후보가 작심하고 나선 기자회견에 대표가 배석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여러 가지 분란 때문에 한 대표는 할 수 없이 참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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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번 탈DJ 기자회견서 노 후보 옆을 지킨 한 대표. | ||
한 대표는 나름대로 각종 채널을 동원, 청와대 및 김 의원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김 의원이 상당 정도 설득돼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김홍일 의원과 실제 얘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얘기가 될 만하면 쇄신파가 탈당을 공개 거론하고, 이제 또다시 노 후보까지 공개 기자회견을 가지는 통에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한 대표에게 맡겼으면 놔둬야지 완전히 일을 망쳤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반응은 이같은 한 대표의 심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청와대는 노 후보가 기자회견을 했을 때 부정적이고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이번에 개각을 하면서 노 후보의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노 후보는 법무, 행자장관을 한나라당 추천에 의해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행자장관을 바꾸지 않았다. 법무장관은 한나라당 추천을 받기는커녕 과거에 한번 장관직을 지낸 호남출신을 임명했다. 노 후보 입장에선 최악의 개각인 셈이다. 이같은 일련의 사실은 청와대와 한 대표가 노 후보의 요구나 발언에 대해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달 일부 기자들과 만나 노 후보에 대해 이같은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노 후보는 후보가 됐으면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사람이 키가 크면 어릴 때 신던 신발을 계속 신을 수 없듯이 신발을 바꿔야한다. 옛날에는 혼자 다녔다면 후보가 됐으니까 의원들하고 같이 다녀야 한다. 그래야 민원을 제기받더라도 해결해 줄 수 있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당시만 해도 노 후보의 단점을 보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도 노 후보와 한 대표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당의 관계자는 “노 후보와 한 대표가 저녁에 만나 술에 대취한 채 인간적으로 친해져야 한다”면서 “이를 주선할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분위기가 인간적인 친숙으로 해결하지 못할 만큼 훨씬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한 대표가 8·8이후의 정치적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때 정몽준 의원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대표 주변에서는 심지어 한 대표가 대선 다자구도를 전제로 새롭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한 대표가 노 후보와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노-한체제가 급격히 무너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은 것이 분명한 만큼, 이들이 8·8재보선과 정계개편 국면에서 엇갈린 행보를 취할지, 아니면 계속 손을 잡고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민주당의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