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스물세 번째
개인적으로 오늘, 12월 2일은 매우 충격적인 하루입니다. 확실한 팩트라고 생각했던 부분 뒤에 감춰진 더 큰 진실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신은경과 그의 아들 얘기입니다. 얘기는 8년 전인 2007년 8월에 시작됩니다. 당시 배우 신은경은 전 남편과 불화설이 한참 나돌고 있었습니다. 그즈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건강에 문제가 있고 이 부분이 이혼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정보를 접하게 됐습니다.
당시 필자는 함께 일하던 후배 기자에게 취재를 지시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헤딩’ 기법의 취재였습니다. 신은경 집 앞에 가서 기다리다가 아들을 직접 보고 아픈지를 확인해 오라는 취재 지시였죠. 사실 어딘가 건강이 좋지 않을지라도 외모만 보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후배 기자에게 너무 터무니없는 취재지시를 했던 게 아닌가 살짝 반성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 제공 : SBS
그런데 며칠 뒤 후배 기자가 ‘팩트’를 확인해 왔습니다. 실제로 신은경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인데 후배 기자가 직접 신은경의 아들을 봤다고 전했습니다. 불행히도 신은경 아들은 외모만으로도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확인된 정확한 병명은 뇌수종과 거인증으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정확한 병명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미 외모만으로도 장애를 가진 아이라는 게 분명해 보였다는 게 보고 받은 취재 내용이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기에 어느 정도 수위로 기사를 써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기사에는 ‘신은경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정도만을 담았습니다. 기자의 목격담 역시 ‘몸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정도로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습니다. 그렇게 <일요신문>은 신은경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을 보도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신은경이 매스컴을 상대로 직접 아들의 병명 등 상태를 언급하고 장애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분명한 부분은 신은경 아들이 아프다는 내용은 팩트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취재에 응한 신은경의 측근은 “신은경은 지금까지 몸이 안 좋은 아이를 정성껏 보살펴 왔으며 앞으로 아이가 성장하는 데 따른 모든 상황을 감수할 예정”이라며 “사람들이 이혼하는 이유를 돈 때문으로 알고 있지만 신은경 씨가 원하는 건 아이의 양육권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그대로 기사에 실렸습니다. 당시 기사 제목 역시 ‘이혼 뒤에 감춰진 애끓는 모정’이었습니다.
이후 기자는 신은경 관련 기사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 부분이 늘 신경 쓰였습니다. 이혼하고 홀로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힘겨울까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최근 신은경이 전 소속사와 분쟁을 겪고 있고 그 와중에 1억 원대 하와이 여행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도 기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과한 여행 경비가 들어간 호화여행이지만 아픈 아들을 데리고 가다 보면 그랬을 수도 있겠거니 여겼습니다.
이런 와중에 보도된 신은경 전 시어머니의 인터뷰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SBS funE>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은경의 전 시어머니, 그러니까 신은경 아들의 할머니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 놓았습니다. 이혼한 뒤 8년 동안 신은경이 아들을 만난 게 단 두 번뿐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신은경은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양육권을 가진 신은경은 이혼 이후 양육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방송에선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던 신은경이 실제로는 아들을 키우고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8년 동안 단 두 번 만난 게 전부라고 합니다.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말입니다.
실제로 신은경은 한 방송에서 “빨리 잘 돼서 아들을 데려오고 싶다. 현재 거처가 불분명해 아이 아빠가 데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 잠시 아빠의 집에서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8년 동안 단 두 번 만난 게 전부라고 합니다. 이젠 신은경이 했던 말들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신은경의 전 시어머니는 신은경의 아들을 키우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신은경은 전 남편의 사업 실패 이후 이혼을 했으며 그 아들은 4개월 정도 외갓집에 있었고 당시 78세이던 신은경의 전 시어머니가 손자를 보러 갔다가 데려와서 8년 동안 키우게 됐다고 합니다.
일요신문 DB
지난 2007년 <일요신문>에서 처음으로 신은경 아들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을 당시는 바로 신은경이 이혼 전후 아들이 외갓집(신은경의 친정집)에 머물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해당 기사를 작성한 후배 기자가 신은경의 아들을 직접 목격한 장소 역시 신은경의 친정집이었습니다. 해당 기사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은경의 아들은 할머니 집으로 거처를 옮겨 거기서 8년 동안 자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신은경은 이혼 당시 왜 키우지도 않을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한 것일까요? 양육권을 확보했음에도 실제 양육은 전 남편 측에서 이뤄졌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다만 법적으로만 보자면 ‘양육비를 주기 싫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만약 신은경이 아닌 전 남편 측에서 양육권을 확보했다면 신은경은 법적으로 매달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줘야 합니다. 인터뷰에서 신은경의 전 시어머니는 신은경 측(전 소속사와 남동생)으로부터 수년 동안 100만~150만 원가량의 간병인비를 간병인에게 부쳐주긴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것도 신은경 전 시어머니가 신은경 전 소속사 대표와 신은경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장 가슴이 아픈 부분은 “요즘 소원은 명준이(가명. 신은경 아들) 피아노 하나 사주는 거예요”라는 신은경 전 시어머니의 말이었습니다. 사실 피아노는 다소 비싼 물건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사주고 싶지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사주지 못하는 서민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1억 원짜리 하와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엄마라면 그리 큰 부담 없이 피아노를 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부분에서 기자는 가슴이 저밉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홀로 키우는 여배우’라는 생각을 늘 밑바탕에 깔고 신은경을 안타깝게 바라봤는데. 신은경의 1억 원짜리 초호화 하와이 여행 역시 아픈 아들 때문에 경비가 많이 들 수 있다고 애써 이해하려 했던 기자 스스로가 너무 바보처럼 여겨집니다. 화가 납니다.
아직 신은경의 현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 소속사와의 분쟁, 초호화 여행 논란, 연인과의 결별 등 최근 신은경을 둘러싼 각종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과 관련된 부분은 지금까지의 논란과는 전혀 다른 비중의 문제입니다. 부디 신은경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랍니다. 양육비를 아끼기 위해 아들의 양육권을 그토록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 믿음이라도 지켜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