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훈 | ||
대형 선수를 영입한 구단들은 적지 않은 이득을 보겠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며 한 시즌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올 시즌에도 변함 없이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는 프로농구 구단들의 트레이드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자.
올 시즌 트레이드 장사에서 최고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팀은 다름 아닌 창원 LG다. ‘체질 개선’보다는 ‘영양제 보충’ 쪽에 초점을 맞췄던 LG는 올 트레이드 시장의 ‘최대어’였던 강동희(36)를 낚아챈 덕분에 17일 현재 원주 TG와 공동선두를 형성하며 사상 첫 챔프 등극을 향한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모비스로부터 퇴짜를 맞은 강동희를 ‘이때다’하고 모셔온 송골매 군단은 그의 ‘한풀이 어시스트’에 힘입어 지난 시즌 잠시 접었던 날개를 한껏 휘젓고 있다. 기존의 속공 위주의 팀 컬러가 강동희의 노련미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격인 올 시즌 LG의 상승세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은 “궁합이 이렇게 딱 들어맞을 줄은 몰랐다”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김태환 감독도 “코치를 한 명 더 둔 것 같다”며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강
▲ 강동희 | ||
프로농구계의 ‘귀하신 몸’ 서장훈(28)을 데려오기 위해 우지원(29)을 트레이드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실제로는 ‘서장훈 효과’를 기대만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샐러리 캡(팀 연봉상한선) 때문에 이창수(33), 박상관(33) 등 ‘알짜 식스맨’들을 대거 내보낸 것이 우려했던 전력누수 현상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톱3’ 안에 들어 있는 서장훈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4연패에 빠지는 등 중위권에 처져 있는 삼성은 ‘광’을 먹는 데만 신경 쓴 나머지 ‘피박’을 쓸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전주 KCC와 울산 모비스는 트레이드 사업이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는 케이스다.
삼성에 버금가는 ‘고액 베팅’을 감행한 KCC는 베팅 대상이었던 전희철(29)이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인한 훈련부족과 허리부상으로 인해 제몫을 못하는 바람에 한때 9연패에 빠지는 등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가뜩이나 최악의 용병농사로 전력손실이 큰 KCC로서는 ‘에어 본’의 탄력을 믿고 주포 양희승(28)을 내보낸 것이 결과적으로는 ‘4광’ 중 하나를 내놓고 ‘비광’을 집은 격이 됐다.
3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물갈이 한 모비스 역시 강동희를 내보내고 우지원을 잡은 것이 ‘악수(惡手)’로 판명되고 있다. 실업시절부터 줄곧 기아에만 머물러온 상징적 존재로, 국내 최고의 ‘베테랑 가드’인 강동희를 내놓음으로써 오히려 ‘남 좋은 일’만 하고 말았기 때문. 기대했던 우지원은 현재 결혼과 발목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KCC와 모비스가 ‘구매’에서 적자를 본 격이라면, 서울 SK는 ‘판매’에서 적자를 본 격이다. 팀 전력의 반을 차지한다는 서장훈과 ‘연봉문제’로 재계약에 실패한 서울 SK는 17일 현재 6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 그의 부재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서장훈은 삼성으로 옮기면서 SK가 제시했던 금액보다 고작 ‘1백만원’ 많은 연봉으로 계약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희철을 이적시킨 대구 동양을 트레이드에서 밑진 구단으로 꼽기도 하며(이명진 SBS스포츠 해설위원), 전형수의 활약을 근거로 모비스의 트레이드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시각(박종천 KBS스포츠 해설위원)도 있다. 한재성 스포츠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