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엘요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내정자는 한국으로 오기 위해 중국의 대표팀 감독 제의를 ‘교묘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한매일] | ||
코엘요(포르투갈어로 ‘코엘요’는 ‘토끼’라는 뜻)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 내가 느낀 기쁨은 더욱 컸을지도 모른다. 남부럽지 않은 화려한 선수 생활에도 불구하고 지도자 경력은 짧았다. 그러나 2002월드컵이 끝난 후 여러 곳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을 만큼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6일 아침 코엘요의 집에 찾아갔을 때 코엘요는 이미 한국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듯 무척 표정이 밝았다. 그동안 포르투갈 매스컴에서도 코엘요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맞이한 코엘요는 무척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특히 한국의 주간신문인 <일요신문>으로부터 정식 인터뷰 제의를 받았다는 설명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직까지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뷰는 계약 후 <일요신문>과 가장 먼저 하겠다는 말로 친구인 나를 설득시켰다. 다음은 인터뷰를 전제로 하지 않고 코엘요와 나눈 대화들과 그동안 내가 지켜본 코엘요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이다.
우선 코엘요는 12월 중순경 스페인에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만난 이후 계속해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린 듯했다. 미팅한 내용이 좋았고 한국측 조건과 코엘요가 내건 조건들이 크게 다르지 않아 한국축구협회의 최종 결정만 내려진다면 계약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중국으로부터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았던 모양이다.
코엘요는 이미 한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터라 중국 대표팀 감독직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뤄질 수 없는 거액의 조건을 제시하며 중국이 포기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코엘요는 한국 감독직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 지난 2001년 모로코대표팀 감독 시절 두바이에서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코엘요 감독(왼쪽).[대한매일] | ||
코엘요는 히딩크 감독이 이뤄놓은 업적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전 감독의 역량과 능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한국팀을 맡은 이후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받게 될 스트레스와 심적인 부담감에 대해 상당히 걱정스러운 듯했다. 그러나 ‘그래서’ 더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코엘요의 말 중 인상적이었던 내용 하나를 들어보자. “내가 만약 한국 대표팀을 맡게 된다면 갈 길이 상당히 멀고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난 안(안정환)과 그 친구들(선수들)을 더 멀리, 더 넓은 세계로 갈 수 있게끔 인도할 자신이 있다. 계약 기간인 2년 안에 한국팬들에게 그러한 비전과 자신감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실 코엘요는 감독 생활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물론 지난 유로2000에서 ‘죽음의 조’라 불렸던 A조에서 독일, 잉글랜드, 루마니아 같은 강호를 3전 전승으로 완파하고 조 1위를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때만해도 ‘잘나가는’ 명장이었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 판정으로 지단에게 골을 선사한 뒤론 감독직에서 물러났는데 지금까지도 사임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사석에서조차도 그때의 일에 대해선 얘기하기를 꺼린다. 그 후 처음으로 외국 대표팀 감독 생활을 했는데 바로 아프리카 모로코에서였다. 그러나 이 또한 2002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에서 세네갈, 이집트 등 강호와 함께 편성돼 4승3무1패의 좋은 성적을 냈지만 아쉽게도 골 득실차로 세네갈에 밀려 본선티켓을 내준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코엘요는 외국 대표팀 감독을 맡는 일이 얼마나 힘든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는지를 절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시 ‘만약’이라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한국 대표팀을 맡게 될 경우의 각오가 남달랐다.
“포르투갈 모로코 등에서 화려한 감독 생활을 하긴 했지만 좋은 모습으로 물러나지 못해 항상 아쉬웠다. 다음에 맡을 팀은 정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 상대가 한국팀이라면 탁월한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 사람들이 히딩크에게 보냈던 믿음과 지지를 잊지 않고 나한테도 보내준다면 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축구 지식과 경험, 철학들을 한국 대표팀에 쏟아 부을 것이다.”
코엘요는 “히딩크 감독이 세련된 축구 스타일을 선보였고 팀을 맡을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유감 없이 선보였다면, 난 다소 고지식하고 새로운 축구 스타일보다는 예전의 방식을 선호하고 즐겨 쓰는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난 코엘요를 선택한 한국이야말로 가장 멋진 극적인 판단을 내린 나라라고 믿고 싶다.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 통역=조예성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