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꿈꾸는 소장파 몸만들기
▲ 지난 11월30일 수요모임 공개비전토론회에 참석한 원희룡 의원이 활짝 웃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수요모임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계기에 대해 당내에선 대체로 11월 중순 당 혁신안 처리과정을 꼽는다. 대선후보 선거인단 구성비율이 당초 혁신위 안과 달리 책임당원을 최대 80%까지 늘리는 안이 운영위원회(11월10일)에서 통과되자 원희룡 최고위원 박형준 의원 등 수요모임 핵심인사들이 ‘무효화 투쟁’을 주도, 결국 박근혜 대표로부터 ‘OK’를 받아낸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특히 원 최고위원은 박 대표와 차기 대권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MB), 손학규 경기지사와 만나 공동대처를 성사시켜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원 최고위원은 MB와 손 지사에게 “운영위에서 의결된 안으로는 대선 승리는 물론이고 공정한 선거관리도 이뤄질 수 없다”며 지지를 요청했고, 이에 두 잠룡(潛龍)은 “이번 혁신안 수정안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때로부터 상황은 박 대표가 ‘운영위 안 폐기’를 결단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급격히 흘러갔다.
당내에선 주류·비주류를 막론하고 이 무렵부터 원 최고위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차기 대권경쟁에서 원 최고위원의 역할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대목. 특히 ‘빅 3’(박 대표-MB-손 지사)와 함께 잠재적 대선후보군으로 꼽히는 강재섭 원내대표는 원 최고위원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관심을 모았다.
강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에게 “당 내외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대표와 MB가 대권레이스에서 ‘양강’을 구축하고 있다지만 실제 경선에선 양상이 사뭇 다를 것이다. 둘 중 한 명이 후보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한 명은 2위가 아니라 하위권으로 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후 “차차기를 노리며 경선전에 뛰어든 의외의 인물이 강세를 보일 것이며, 지금으로선 원 최고위원이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원 최고위원이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고, 대신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당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40대 당권론’의 적임자로 원 최고위원을 염두에 둔 얘기다. 수요모임의 한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차기 대권 경쟁이 ‘빅3’ 등 50~60대 간 경쟁이 된다면 당의 ‘간판’은 40대가 맡아야 노(老)-장(壯)-청(靑) 조화로 득표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40대에서 ‘포스트 박근혜’감을 찾는다면 대중적 파괴력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원 최고위원이 유력 후보”라고 말했다.
원 최고위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수요모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남경필 정병국 의원도 최근 점차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남 의원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로 뜻을 굳힌 상태다. 남 의원은 지난달 중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정기국회 중이어서 출마 문제를 제기할 때는 아니지만 도지사가 된다면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지사가 되고 싶다”는 말로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 수요모임 공개비전토론회 모습.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당내외 선출직에 대거 출마의사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 ||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6월21일)에서 원외인 홍문종 전 의원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후 한동안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던 정 의원은 11·21 당직개편에서 핵심요직인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수요모임 초대 대표를 지낸 바 있는 정 의원은 한때 경기지사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당내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홍보기획본부장 임명 후 박 대표에게 “수요모임과도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 1일 원희룡 남경필 박형준 의원 등 수요모임 핵심인사들과의 오찬회동을 성사시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남·원·정’의 동향과 별개로 수요모임 조직 차원에서의 행동반경 확대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당헌·당규 개정에 따라 12월 중순에 치러지는 각종 선출직 당직 선거에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것이 단적인 예다. 현재 청년위원장(이성권 의원)과 디지털위원장(김희정 의원)을 장악하고 있는 수요모임은 이번엔 내친김에 여성위원장 자리까지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문헌(청년) 진수희(여성) 김명주 의원(디지털) 등이 후보로 나선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요모임이 자체 후보를 내지 않은 중앙위 의장 선거에도 조직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당내 보수세력의 ‘아이콘’인 정형근 의원의 중앙위 의장 재선을 막기 위해 경쟁자인 공성진 의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수요모임의 한 의원은 “집단적 결의를 하기는 어렵지만 당의 변화와 혁신의 계기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공 의원을 지원하자는 데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당사자의 결단에 의한 인적 쇄신이 어렵다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대권주자들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기류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수요모임은 그동안 ‘빅 3’ 중 상대적으로 MB, 손 지사측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온 반면 박 대표와는 ‘한랭전선’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병국 의원이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박 대표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어 배경을 놓고 구구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요모임은 박 대표와의 오찬(1일)에 이어 12월11일에는 비주류의 또 다른 축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의 공동산행에 MB, 손 지사와 함께 박 대표를 초청했다. 또 12월20~23일 대학생들을 상대로 주최하는 아카데미의 첫 강의를 박 대표에게 맡아줄 것을 요청해 “다른 일정이 없다면 기꺼이 맡겠다”는 대답을 얻었다.
수요모임이 이처럼 안팎에서 ‘외연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데 대해 당내 각 세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노선·성향상 대립각을 형성했던 보수세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비주류측은 “수요모임의 ‘팽창’이 당의 체질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영남권의 한 3선 중진은 “이회창 전 총재 시절부터 ‘소장파’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권력지향적 면모를 보였던 수요모임이 다시금 ‘당 개혁’을 내세워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데 대해 솔직히 걱정스럽다”며 “특히 당내 보수세력의 핵심 기반인 중앙위 의장 선거에까지 수요모임이 사실상 ‘낙선 운동’을 전개하며 개입하려 드는 데 대해 중진들 사이에선 ‘젊은 친구들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측도 수요모임과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데에는 싫지 않은 기색이지만, 핵심 멤버들이 친(親)MB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세력 확산에는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