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묘>의 한 장면
작품의 배경은 1945년 일본이 패망한 세계2차대전 당시다. 작품은 미국의 공습 당시 부모를 잃은 오누이가 친척집에 맡겨지지만, 결국 눈치를 보다 집을 나와 방공호에서 삶을 연명하다 영양실조로 인해 차례로 죽어간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전범국가 일본 역시 어린 고아들의 관점에선 ‘끔찍한 삶과 죽음’으로 이를 수 밖에 없음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해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러한 작품의 내용을 두고 한국에선 냉소적인 시선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 전범국가 일본을 마치 피해자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해당 작품은 몇 차례 개봉이 시도되다 2014년 6월이 되어서야 국내서 빛을 보게된 이력이 있다.
여러 해석이 오가는 가운데, 분명 이 애니의 원작자인 소설가 노사카 아키유키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반전(反戰)’이었다. 일본 대중문학의 최고 권위로 여겨지는 ‘나오키상’ 수상자이기도 한 아키유키는 일본 내 대표적인 반전주의자 이기도 했다. 이미 지난 2001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당시에도 그는 극단적인 어조로 이를 비난하는 등 지속적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12월 9일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난 노사카 아키유키
그런 아키유키가 지난 12월 9일 향년 85세로 숨을 거뒀다. 이미 지난 2003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해오던 그였다. 그는 최근까지도 아베 총리 정부로 대변되는 일본의 신 군국주의 노선에 비판적 견해를 보여왔다.
아키유키는 죽기 몇 시간 전, 부인을 도움을 받아 마지막 유언을 원고의 형태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고는 일본의 한 잡지사에 넘겨졌는데, 아키유키는 그 마지막 원고를 통해 “이 나라가 과거 태평양 전쟁을 시작하기 전의 시기로 다가가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현 정부의 정세에 대해 경고했다.
‘반딧불이의 묘’라는 걸작 반적 작품을 이 세상에 내놓은 노작가 아키유키가 죽기 전 남긴 이 기나긴 울림에 대해 과연 일본 아베 총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짐짓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