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일본 프로 생활을 접고 MLB에 도전하는 마쓰이 역시 양키스가 3년간 2천1백만달러를 투자했을 정도로 탁월한 공격력을 인정받고 있다. 두 선수에게 쏟아지는 기대는 스즈키 이치로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이치로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 과연 두 명의 동양인 거포들이 정녕 MLB에서도 장거리 타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일단 두 선수 모두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각자 처한 상황이나 경험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최희섭은 지난 시즌 9월에 MLB에 올라와 빅리그 투수들과 대결할 기회를 가졌으나 결과가 썩 좋진 않았다. 24경기 50타석에서 1할8푼에 2홈런, 4타점에 그쳤다. 삼진도 15개나 당했다.
▲ 경력면에서 차이가 나는 최희섭과 마쓰이를 절 대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대체적인 평가는 ‘단 거리 승부’에서는 마쓰이가 앞설 수 있겠지만 ‘마라톤 승부’에서는 최희섭의 승산이 높다는 것이다. | ||
최희섭으로서는 빅리그 투수들의 변화구 공략과, 왼손 타자 상대 전문 왼손 투수인 ‘원 포인트 릴리퍼’들과의 대결이 성공의 관건으로 작용할 듯하다.
마이너리그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지만,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는 최희섭이 맞서야 하는 빅리그 투수들의 구질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한 최희섭이 왼손 투수들과의 대결에서 약점을 보이게 된다면, 오른손 투수가 선발로 나서는 경기에만 기용되는 ‘반쪽짜리 타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쓰이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일본 리그에서 50홈런을 기록한 마쓰이가 MLB에서도 당장 유사한 활약을 펼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양키스의 캐시맨 단장도 “당장 40∼50개의 홈런은 어렵더라도 25∼30개는 충분히 칠 수 있는 능력의 타자”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마쓰이한테 가장 큰 도전은 뉴욕의 미디어와 팬들의 기대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쓰이의 입단 기자회견에는, 일본 기자들을 포함해 무려 4백 명이 넘는 보도진이 운집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그만큼 관심도 많고,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희섭이 지난해 9월 빅리그에 올라와 고전했듯, 마쓰이 역시 지난해 가을 미·일 올스타 시리즈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했었다. MLB 투수들을 상대로 타율 1할6푼1리(31타수 5안타)에 무홈런, 2타점으로 부진했다. 정신적인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고 현지에선 분석했지만, 1할대에 홈런을 하나도 뽑지 못한 마쓰이가 과연 빅리그에서 통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최희섭과 마쓰이에게 닥친 첫 시험대는 바로 스프링캠프의 시범경기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자기 과시의 장이 아니라, 빅리그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경험을 쌓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과연 누가 시범경기에서 마음을 비우고 꾸준히 시즌에 대비하느냐에 따라 두 선수의 명암이 갈릴 수도 있다.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투타 대결만으로 볼 때는 최희섭보다 마쓰이가 초반에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희섭의 경우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를 거쳐 성장했고, 이미 지명도가 상당해서 초반부터 투수들이 조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마쓰이는 일본 리그의 홈런왕이기는 하지만, 과연 그것이 빅리그에서도 통하겠느냐는 배짱 투구들이 빈번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두 선수의 경력면에서 절대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타고난 체격이나 파워를 따진다면 최희섭이 한 수위로 평가된다. ‘단거리 승부’는 마쓰이가 앞설 수도 있겠지만 ‘마라톤 승부’는 최희섭에게 승산이 있는 셈이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