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국민대신 공천결정권 쥔 사람만 쳐다보는 정치시스템 문제”
‘진박논리’ 공천에서 부메랑 될 것
‘개헌’ 차기 대권 중요 이슈 되어야
[일요신문] 정병국 의원이 새누리당을 둘러싼 친박과 비박 논란에 대해 “새누리당의 모두가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합심했다”며, “친박은 따로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정 의원은 “당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주류인데 마치 당권을 쥐고 있는 주류가 비주류로 불리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병국 국회의원(새누리당)의 인터뷰 모습<사진=일요신문>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정치현안을 놓고 친박, 비박 갈등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권분열이 심화되는 등 여야 정치권이 모두 공천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여론조사결과에서는 야권분열 논란 속에 오히려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여권 내에서조차 4.13총선을 앞두고 야권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고민이 깊어질 만한데도 야권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을 고려한 것인지 야권보다 견고한 지지층에 대한 신뢰 때문인지 공천이나 총선문제에서 다소 여유로운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16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정병국 의원이 “야당보다 유리한 게 없다. 집권여당의 위기를 혁신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YS상도동계의 막내이자 4선의원인 정병국 의원을 <일요신문>이 만나 ‘새누리당의 위기와 혁신’에 대해 물어보았다.
- 새누리당의 공천특별기구나 결선투표에 대해 얘기해 달라.
의총에서 도출된 기본당론은 국민의 뜻이 잘 반영된 상향식 공천인 ‘오픈프라이머리’다. 여야 합의가 불발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닌 최대한 국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 공천 룰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결선투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 결선투표 자체를 나쁘다고 보지도 않는다. 다만 최고위에서 결선투표를 공천 룰을 정하는 선 자체에 의미를 갖기보다는 결선투표라는 전제를 둔 것은 권한을 넘은 것으로 잘못된 것이다. 의총에서 최고위에 의뢰한대로 공천 룰을 정하는 선까지 해야 한다.
-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을 만나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
정치행태와 시스템의 혁신을 위해 정체되어 있는 정치권의 한계를 현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 전인 87년 체제를 만들었던 양김(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 돌아가시고 때가 변한 만큼 당시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개헌이라는 큰 틀의 변화가 와야 되지 않느냐의 의미를 가지고 계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것이다. 한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자칫 개헌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중지가 되었지만, 지금 경제가 안 되는 이유도 시스템의 한계 인 만큼 이를 다시 논의하게 된 것이다.
- 개헌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개헌이 다음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어야 한다. 개헌을 해서 선거를 치루면 좋겠지만 요번 총선과정에서 개헌을 제시하고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를 두고 개헌한 헌법대로 대권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게 어려울 경우 차기 대통령이 공약으로 개헌이행을 약속하고 다음 총선 때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 새누리당을 두고 공천문제뿐만이 아니라 당내 현안을 두고 친박, 친이, 또는 주류, 비주류의 갈등을 지적하는데.
‘친박’, ‘친이’가 어디있느냐. ‘친이’ 같은 경우는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이고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냐. 새누리당 모두가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앞장섰다. ‘친박’이 따로 없다. 다만 주류 비주류가 있겠지만, 이 역시 혼재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주류는 당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주류인데 마치 당권을 쥐고 있는 주류가 비주류로 불리고 있는 것은 언론이 잘못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진박이라는 논리를 통해 공천 잡음이 생긴다면, 결선투표 등에서 부메랑이 되어 그들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 안철수 의원 탈당 등 야권분열 수순을 밟고 있다. 새누리당에 유리한 것이 아닌가.
야당이 분열되고 있다고 우리가 손 놓고 안일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 한 여론조사가 충격적이다. 저렇게 야당이 죽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분열이 되어 받는 지지가 새누리당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에서 얼마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팽배하고 이것에 대한 책임을 집권여당에게 돌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다. 우리가 위기다. 새누리당이 정말 혁신하는 자세와 정치를 복원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 뜻이 가장 반영된 제도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투명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특정사람의 영향이나 특정계파나 그룹의 의도를 가지고 접근을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다.
- 얼마 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후배다. 당시 정치와 현 정치를 비교한다면.
3金시대의 막내다. 당시에도 정치권에서 극단적인 투쟁을 하면서도 정치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는 국민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인은 국민이 안중에도 없다. 그 문제는 무엇일까 고민해봤는데, 이는 바로 공천권에 있다고 본다. 공천권을 쥔 사람만 바라보는, 즉 정치가 실종된 것이다.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내 공천만 바라보고 있다. 명확한 국민의 심판이 요구되며, 국민에게 공천권을 줘야한다.
-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국민에게 한 말씀.
최근 정치권을 보면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 정치가 실종되어있다.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정치복원을 위해 총선에서 국민들의 진정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누가 진짜로 정치를 하고 누자 정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는지, 명확한 심판이 요구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를 향한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오죽 답답하면 하겠냐마는 이것은 정치실종의 원인과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새누리당이나 특정계파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여야 구분이 없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의 정치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면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것을 권하고 싶다. 정치권 역시 잘못하고 있는 것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전념해야 할 것이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