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독자들과 만나는 일주일은 참으로 빠른데 무릎 부상으로 보낸 지난 일주일은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아프기만 하네요. 거듭되는 정밀진단에도 의사가 똑같이 ‘이상 없는데요’라고 말할 땐 정말 톡 때려주고만 싶어요. 난 분명히 아픈데 이상이 없다니 그게 정말 ‘이상’한 거 아닌가 싶어서요.
지난 5일 홈경기장에서 열린 암스텔컵 8강전은 벤치도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봤습니다. 뛸 수가 없으니까 히딩크 감독이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더라고요. 네덜란드 사람들의 열광적인 응원의 함성 속에 묻혀 경기를 지켜보는 제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라운드로 뛰어내려가서 영표형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
솔직히 영표형이 부러워요. 열심히 뛰는 것도 부럽지만 부상 없이 자기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가끔은 ‘영표형이 절대적으로 믿는 신이 축복을 내려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다행히 역시 홈에서 열린 9일 NEC 네이메겐전에서 후반에 교체투입돼 결승골을 간접 어시스트하는 걸로 그동안의 ‘갈증’을 약간은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잖아요. 조급해하지 말아야겠죠?
참, 한국에 제 군 입대와 관련된 기사가 나갔다면서요? 정말 소식 빨라요. 6월쯤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고 합니다. 물론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덕분에 4주간의 군사훈련이 고작이지만 이쪽에선 운동선수가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상상이 안가요. 군복을 입고 총을 멘 채 잔뜩 긴장해 있을 제 모습이….
오는 29일이면 한국에서 콜롬비아와의 첫 평가전이 벌어지죠. 이곳에서 하루 빨리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잠시 대표팀에 갔다 오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사람들이 그립기도 하고요.
일본에서도 그랬지만 이곳은 경쟁이 더 치열한 것 같아요. 유럽 선수들이라 그런지 상당히 거칠어요. 연습경기인데도 서로의 몸을 보호해주는 배려가 없어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달려드니까 좀 겁도 나더라고요. 부상 안 당하는 게 행운일 정도예요. 그만큼 자리다툼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겠죠.
요즘은 제 ‘애마’(벤츠C180)를 몰며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길을 탐색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가신 뒤 혼자 남아서 아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어머니와 함께 에인트호벤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다니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음주에는 (김)남일형, (송)종국형네 집에 다녀온 이야기 해드릴게요.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3월10일 에인트호벤에서
정리=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11 1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