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 약속한 것처럼 (송)종국이형, (이)영표형, (김)남일이형네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가장 사람 사는 집 같은 종국이형네 집은 로테르담 시내에 있는 아담한 아파트로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있죠. 집엔 없는 게 없을 정도인데 수준급의 기타 솜씨를 자랑하는 종국이형과 종환이형(송종국 친형) 덕분에 기타 연주대가 가장 눈에 띕니다.
헬스클럽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운동기구들은 종국이형의 체력을 다지는 원동력이 되고, 드넓은 베란다는 경치 감상에 그만이죠.
반면에 영표형네 집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구가 비치돼 있는 집에 들어가서 그런지 산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영표형 집에서 부러운 건 인터넷 전용선입니다. 마치 여자친구네 집을 방문하는 것 마냥 설레임을 갖고 영표형네 집에 가는 것도 바로 이 인터넷 때문이죠. 그렇다면 영표형이 우리집에 자주 오는 이유는 뭘까요? 밥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손맛에 반한 영표형이 ‘후배 격려 차원’이라는 핑계로 저녁마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남일이형네 집은 남자들만 살고 있어요. 남일이형 친구가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남자들만 사는 집치곤 굉장히 깔끔하답니다. 형이 청소를 잘해서인지 아니면 집이 원래 깨끗해서인지는 몰라도 남일이형네 집에서는 형체를 알 수 없는 향기가 풍겨 나오는 것 같아요.
참, 지난번에 그 집에 갔다가 팬들로부터 선물받았다는 반찬을 가득 들고 왔어요. 깍두기, 간장게장, 참치 등이었는데 참으로 대단한 것 같아요. 남일이형을 향한 팬들의 정성과 사랑에 감탄사만 연발했습니다.
남일이형이랑 주로 무슨 얘길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은 별다른 궁금증 갖지 마세요.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아요. 몸 상태나 공통적인 관심사항(?)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에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전 형들과 함께 지내는 네덜란드 생활이 참으로 소중하고 재미있어요. 일본에선 (안)효연이형 외에는 저 혼자였잖아요. 개인적으로 부상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형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과 격려와 관심에 무척 큰 힘을 얻고 있답니다.
무릎은 많이 호전됐어요. 그래도 네덜란드 축구에 적응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네요.
참 반가운 소식을 전할게요. 조만간 제 휴대폰이 나오고 인터넷이 설치된다고 해요. 처음엔 이런 문명과의 단절에 자유를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하기만 하더라고요.
특히 이 일기를 연재하면서 담당 기자가 매주 ‘올빼미족’이 돼 전화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통역하는 형을 통해 전화를 받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요. 다음 주부턴 전화로 불러주는 일기가 아닌 직접 써서 메일로 보내는 일기가 게재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에인트호벤에서
정리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