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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아이 어르듯… 지난 11일 ‘민생투어’에 나선 이 후보가 한 아이의 볼을 만지며 친근감을 표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대선전략을 담당하는 한나라당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12월 대선을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시적 차원의 대선후보 개별분석과 거시적 차원의 대선구도가 바로 그것. 먼저 한나라당이 선호하는 대선구도는 양자구도다. 이회창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양자구도를 주장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이나 각종 토론회에서 “양자구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물론 다자구도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결국은 분화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럴 경우 이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을 치밀히 분석하고 있다.
기획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노 후보는 상수로 하고 정몽준, 이한동 등 또 다른 유력한 후보를 제 3후보로 띄워 우리쪽 표를 잠식하려는 고도의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후보측은 이런 구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5월 관훈토론에서 “3자구도로 여론조사를 하니 오히려 내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물론 사실이다. 이회창-노무현 상수에 박근혜, 정몽준 등 기타 후보를 상정하더라도 이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어디까지나 여론조사일 뿐.
만일 이 후보에게 결정적인 흠집이 날 경우 후보에 대한 지지도나 당의 결속력은 안심할 수 없다는 자체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은 공공연히 양자구도를 내세운다. 이 후보측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측의 후보 한 명 외에 나머지는 군소후보로 전락할 것”이라며 제3후보론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후보측이 생각하는 대선상대는 과연 누굴까.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최근 비밀리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월드컵 이후 급부상한 정몽준 의원에 대한 여론 추이가 포커스였다.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등을 놓고 양자·3자대결을 가정해 조사를 했다. 그런데 조사결과를 놓고 당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결과는 이회창-정몽준-노무현 순이었다. 정 의원이 노 후보를 6%로 앞섰다는 것도 그렇지만, 정 의원이 이 후보와 불과 8%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 시점이 월드컵 직후라는 특별상황이긴 하나 원내 제1당의 후보와 무소속 의원의 지지도 차이가 8%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당 관계자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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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지난 5월 부처님 오신날 법회에 참석 한 이회창 후보(오른쪽)와 정몽준 의원. 아래는 지난 2000년 7월 신임인사차 이회창 후보를 찾 은 이한동 전 총리(왼쪽). | ||
정 의원은 최근 재계 CEO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경제마인드’가 가장 탁월한 대선후보로 뽑혔다. 그는 또 폭넓은 국제적 인맥을 갖고 있고 W세대(월드컵세대)를 포함한 20∼30대의 폭발적 지지와 지역구인 울산을 비롯한 영남권 일부의 지지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내 일부 의원들은 월드컵 전부터 정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위해 노력했다. 강창희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무성 후보비서실장, 남경필 대변인 등이 정 의원을 접촉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정 의원 입당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입당할 때 당내 최고수준의 대우라는 조건이 제시됐다는 설도 있다.
한나라당은 입당 추진과 함께 정 의원 대비책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대선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입당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만 정 의원이 독자 출마를 대비해 여러 각도에서 그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해 정 의원의 약점도 캐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이 긴장하는 인물은 또 있다. 바로 7·11개각에서 총리직을 그만 둔 이한동 전 총리. 민주당 노 후보 체제에 잇단 경보음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정치권 컴백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노 후보 대안론, 제3후보론이 대표적이다. 자민련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인 그가 민주당 내 당권파와 이인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반노파 등으로부터 후보제안을 받을 경우 대선구도 자체가 복잡해진다.
이 전 총리 자신이 대권도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는 지난 1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으로 돌아가 가슴 속에 소중히 간직해온 꿈을 실현하는데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민주당 입당 의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DJ와 이 전 총리간의 밀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어쨌든 이 후보측은 이 전 총리의 행보와 민주당 내 역학구도 변화를 유심히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학력, 경력, 지역, 이념적 성향 등 여러 상황에서 이 후보와 겹치는 부분이 많은 점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 전 총리가 2년 반 동안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국정운영을 위한 일환으로 각계 전문가들을 다각도로 접촉해왔고, 또 무난히 내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 전 총리의 정치력과 행정력은 일차 검증을 받은 셈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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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권 고지가 저기 지난 2000년 5월 한국-유고 축구친선경 기를 지켜보고 있는 이한동 전 총리(왼쪽)와 정몽준 의원. | ||
한편 이 전 총리는 조만간 연평도를 방문, ‘보수’ 이미지를 강화해 보수층의 세결집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후보측에 압박을 가할 태세다.
한나라당이 이 전 총리를 경계하고 있는 것은 인물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대선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정 의원과 함께 이 전 총리는 이 후보 지지표를 잠식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측은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왕건론’을 주장하며 중부권 대망론이 힘을 받을 경우도 생각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이 전 총리에 대한 자료를 정리할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요한 시점에 정치공세를 펴겠다는 것. 과거 신한국당 소속일 때 파악했던 각종 정보를 토대로 그의 재산문제, 권력에 따라 정당을 옮긴 ‘변절자 이미지’ 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노 후보에 대해 보는 시각은 비교적 간단하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차원이다. 허태열 기획위원장은 “지난 3월 노풍이 거세게 몰아닥칠 때도 나는 염려하지 않았다”면서 “돌풍은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며 정치권에서 한 번 꺼진 바람이 되살아난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올 대선이 노 후보와 양자대결이 될 경우 “게임은 쉬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미래연합의 박근혜 대표에 대한 평가는 더 떨어진다. 당내 한 관계자는 “더 이상 대선후보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대선후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인해 본선상대로 등장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민주당 일부에서는 아직도 유효한 카드로 보더라는 것. 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한 측근으로부터 ‘고건 카드는 아직 살아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대선 선대위를 당초 방침을 바꿔 8·8재보선 전에 설치할 예정이다. 준비를 치밀히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상대후보군 분석과 대응책도 앞당겨졌다고 한다.
허태열 기획위원장은 “현재 스크린하고 있는 여러 대선후보군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이 후보의 강력한 대선상대가 될만한 한 사람을 점쳐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