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기자는 2군 선수들의 남다른 도전과 꿈을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기 위해 직접 야구 유니폼을 입고 ‘1일 야구선수’가 되어 2군 훈련장의 문을 두드렸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유니폼이라 어색함도 없지 않았지만 장쾌한 타구 소리와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 볼의 경쾌한 마찰음은 기자를 어느새 ‘야구선수’로 만들어 놓았다.
이틀간 비를 뿌려대던 하늘이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하게 변한 지난 8일. 신병이 마치 자대 배치를 명받고 신고하러 가듯,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SK 와이번스 드림파크 훈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엔 묘한 긴장과 흥분이 교차했다. 서두른 탓인지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훈련시간보다 다소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임광엽 2군 매니저가 기다렸다는 듯 미리 준비한 유니폼과 신발을 내놓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아침식사를 마친 선수들과 함께 전체 연습구장으로 향했다.
“오늘 새로 입단(?)한 대형 신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하는 이방인을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환영해 줬다. 몇몇 선수들의 ‘글쎄, 몸매만 보자면 40∼50대 감독 수준인데…’라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쩌랴, 불완전한 보디라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니폼을 원망할 수밖에.
SK 2군 선수들은 모두 24명으로 이중 투수가 10명이다.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합류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연령대는 20대 초·중반. 평균 연봉은 1천8백만∼2천5백만원 정도로 매년 2백만∼3백만원씩 인상되고 있다.
▲ 김남용 기자(모자 안쓴 사람)가 SK 2군 선수들훈련에 참 가해 뻑뻑한 몸을 풀어보고 있다. 임준선 기자 | ||
투수들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스트레칭에 들어간다. 1루측에 마련된 투수전용 연습장에서 부상 예방을 위한 몸풀기가 시작되는 것. ‘두둑, 두둑’ 쓰지 않던 관절을 움직이는 소리와 몸과 맘이 따로 노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몇몇 선수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기자의 ‘숏다리 찢기’를 도와준다.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나름대로 마운드에서 볼도 뿌려보고 타석에서 배트도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아픈’ 현실은 한마디로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스트레칭을 마친 투수들은 이제 마운드에서 본격적인 피칭 연습을 한다. 번트에 대한 수비 동작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내야 수비진과의 호흡 맞추기 등을 OK 사인이 날 때까지 몇 차례고 반복하게 된다.
동료가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였을 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제대로’ 플레이한 선수에게 최근 유행어인 ‘나가 있어∼’를 칭찬버전으로 바꿔 잠시 쉴 시간을 주는 투수코치의 노련함이 인상적이었다.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옆에서 공을 주고받던 야수들의 배팅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자 프리배팅, 티배팅을 돌아가며 소화한다. 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1군 진출이 더 어려운 분야가 야수이다 보니 볼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투지가 더 강해 보인다. 배팅훈련이 끝날 즈음이면 시계바늘은 12시를 훌쩍 넘어 있다. 이때부터 선수들은 40분 정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훈련을 정리하게 된다.
반나절 가량의 짧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들의 목표의식은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다. 홈구장인 ‘문학구장의 땅을 밟아보는 것’이 지금 그들이 야구를 하는 이유였다.
1군과 달리 2군 선수들은 자신의 땀이 묻은 유니폼을 직접 세탁한다고 한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하루 2∼3벌의 유니폼을 소화해내야 하는 그들이 자신의 옷을 빨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안 해 보던 걸 하려니깐 땀이 난다”는 어느 선수의 말이 아직까지 귓가를 맴돈다.
프로선수지만 언론의 관심이 아직 부자연스럽기만 한 2군선수들. 그들의 진지한 모습이 1∼2년 후 문학구장에서 반가운 해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