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대한레슬링협회는 지난달 태권도 유도와 같은 승단제도를 도입하면서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61)에게 ‘명예10단’을 수여했다. 레슬링협회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승단제도를 도입한 것은 레슬링 인구의 저변확대에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승단제도 도입으로 인해 양정모 심권호 등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6단 이상의 상위 단수를 부여받았다. 전국대회 우승 1단, 아시안게임 우승 3단, 세계선수권 석권 4단, 올림픽 금메달 6단 등의 규정에 따른 것.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레슬링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바탕으로 최고 단수인 10단을 부여받았다. 물론 이 회장이 서울사대부고 재학시절 잠시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로 활동한 바 있지만, 레슬링 실력에 비례해 10단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 1982년 아마추어레슬링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뒤 한국 레슬링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해 실제 레슬링 실력과는 상관없이 명예10단을 부여한 것. 이 회장 외에도 천신일 현 레슬링협회장(60) 등 전·현직 협회장 4명은 9단에 올랐다.
현재 대한체육회 51개 가맹경기단체 가운데 대한유도회 대한레슬링협회 대한검도회 대한태권도협회 대한보디빌딩협회 등의 단체가 각각 승단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원래 승단제도는 바둑에서 비롯돼 무술에 적용한 것으로 일본에서 발달돼 왔다. 단의 품계는 1단부터 10단까지 나눠지는데, 10단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경우처럼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 종목의 원로나 스포츠인은 아니지만 종목 발전에 크게 공로한 경우에 10단을 수여한다.
▲ 김운용 IOC위원(왼쪽), 박용성 IOC위원 | ||
1972년 대한태권도협회를 창립한 이래 ‘태권도계의 대부’로 군림해온 그의 10단 승단에 대해 “실력과는 무관하다”는 게 태권도인들의 이야기다. 다만 김운용 위원이 고교시절 무도에 관심이 많아 독습을 했고, YMCA 체육부에서도 운동을 해 ‘내공’이 깊다는 게 주변의 공통된 이야기다. 김운용 위원뿐 아니라 사마란치 IOC 명예위원장도 태권도 명예10단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수련자들이 10단보다 한 단계 아래인 9단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30년 이상이 걸리고, 나이가 53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국기원 승단규정에 따르면 5단에서 6단에 5년, 6단에서 7단에 6년, 7단에서 8단에 8년, 8단에서 9단에 9년 등 최소 승단연한 규정이 있고, 또한 승단연령제한(9단의 경우 53세)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단수인 10단의 경우 이 같은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국기원 측의 설명.
유도계에서 최고위 10단은 이른바 ‘입신’으로 불린다. 도복에 매는 띠도 붉은 색으로 하위 단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한 유도 10단은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신도환씨(82). 신씨는 정통 유도인 출신으로 유도계에서 신화적인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이미 일제시대인 20세 때 최연소 5단에 올랐고, 팔순을 앞둔 지난 2000년 직접 도복을 입고 매트 위에서 후학들을 상대로 기술시범을 갖기도 했다. 김정행 대한유도회장(60·용인대총장)도 현재 9단을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 또한 유도국가대표 출신으로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정통 유도인. 따라서 유도의 최고위 9, 10단은 명예단의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도의 10단은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9단 승단 뒤 10년이 지나야 하고, 연령도 64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이에 비해 국제유도연맹회장 등을 맡아 유도계의 발전에 적극 기여해온 박용성 오비맥주회장(63·IOC위원)은 유도 명예7단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유도복을 한번도 입어본 적이 없다. 유도인들이 배워볼 것을 권유한 적이 있지만 박 회장 스스로 운동에 소질이 없어 사양했다고 한다.
이밖에 검도 최고수는 원로 검도인 서정학씨로 9단이며, 보디빌딩의 유일한 10단은 국내 첫 보디빌더인 김덕현 대한보디빌딩협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