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항상 러닝셔츠 형태의 유니폼 입은 모습만 보다 세련된(물론 반바지를 입었지만) 디자인의 감색 남방을 걸치고 걸어들어오는 우지원한테선 이미 운동선수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술 얼마나 드세요?”(우지원)
“소주 한 병 반 정도?”(이영미)
“나도 한 병이나 한 병 반이면 딱 좋은데. 더 마셨다가는 화장실로 직행해야 하거든요.”(우)
“언제 화장실 갈 만큼 많이 마셔요?”(이)
“1년에 두세 번? 팀 회식 때가 주로 그렇죠. 급하게 술이 돌기 때문에 오버해서 빨리 마시게 되거든요. 그럴 땐 한두 병 이상도 마시는 것 같아요.”(우)
‘취중토크’답게 자리에 앉자마자 주량에 관한 질문을 기자가 먼저 받았다. 그는 약속 장소로 나오면서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술을 마시기에 여자가 ‘취중토크’를 진행하나’하는….
이번 ‘취중토크’는 가급적 농구에 대한 질문을 피하고 생활 속 에피소드 위주로 화제를 이끌어갔다.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기 위해 이날의 대화를 ‘노컷’으로 지상 중계한다.
이영미(이):술과 관련된 에피소드 없어요? 술을 아주 세게 마셨다거나 술 마시고 혼절을 했다거나 하는 뭐 그런 거.
우지원(우):글쎄요. (잠시 후) 아, 생각나는 거 있다. 대학 1학년 때 다른 운동부 선배들에 의해 강제로 술을 마셨던 일화가 있어요. 당시만 해도 연세대 농구부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는 시절이라 다른 운동부원들의 질투와 시기가 장난 아니었어요.
하루는 한밤중에 숙소로 다른 운동부 선배들이 쳐들어왔어요. 군기를 잡겠다고 소주병을 박스에 담아 와서는 준비해온 냉면 그릇에다 소주 2병을 담아서 원샷하라고 시키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런 험악한 분위기는 생전 처음이었거든요.
▲ 아내 이교영씨와 우지원. | ||
이:우지원씨하면 우리나라 ‘오빠부대’의 원조라고 할 수 있잖아요. 연예인들도 기죽을 만큼 최고의 인기를 끌던 90년대 초반엔 정말 대단했었는데.
우:와이프한테 그때 얘길 해주면 못 믿어요. 상상을 못한다니까. 하긴 저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아요. 그때 생각하면 좀 웃겨요. 내가 뭐였는데 그때 그랬나 싶은 거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농구라는 스포츠가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좋은 감독님에 선수들까지 모든 게 딱딱 맞아 떨어졌죠.
이:스포츠 선수 중에 팬클럽이 만들어진 것도 지원씨가 처음이었죠? 그때 당시 지원씨 사진을 사려고 여학생들이 문방구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던 모습도 생각나는데.
우:전 절 좋아하는 팬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팬들은 제 얼굴이 잘생겼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아니거든요. 보셔서 알겠지만 그렇게 잘생긴 얼굴은 아니잖아요?
이:잘생겼다는 대답을 듣고 싶어서 그렇게 물어보시는 거죠? 왜요? 오늘 이렇게 보니까 정말 말끔히 생겼는데. 얼굴에서 나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네요.
우:나이의 흔적이라뇨? 저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어요. 이제 겨우 서른인데.
이:‘황태자’라는 별명 기억나시죠? 요즘도 그 별명이 기사에 오르내리더군요.
우:아, 제발 그 별명만은 거론하지 마세요.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황태자’ 소릴 듣고 산 지가. 처음엔 그럴 듯해 보여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전혀 반갑지가 않아요. 마치 날 비하하는 것 같고, 꼭 왕자병 걸린 사람인 양 너무 포장돼 비춰지는 것 같아요. ‘황태자’란 별명 때문에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게 더 많아요. 성적이 안 좋으면 얼굴에만 신경 쓰느라 농구를 등한시한다는 등의 인신공격적인 기사도 있었으니까.
이:지원씨 스스로가 ‘황태자’가 아니라면 ‘산소 같은 남자’ 이상민 선수도 ‘산소 같지’ 않겠네요.
우:산소는 무슨 산소예요? 상민이형이 저보다 1년 선배인데 그 형도 무척 괴로워했어요. 산소같이 신선하고 상큼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얼마나 노력했겠어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데. ‘산소 같은 남자’보다는 차라리 ‘특급가드’가 훨씬 나을 거예요.
이:혹시 스토커 수준의 팬들은 없었나요?
아내는 누군지 모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그분이 ‘우지원 파이팅!’ 하더래요. 그래서 팬인 줄 알았나봐요. 나중에 축의금 속에서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이 나왔어요. 도서상품권은 그 팬이 보낸 거였는데 문화상품권의 출처를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서야 그 팬의 여자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두 자매가 열심히 절 쫓아다닌 거였죠.
이:(아내 이교영씨한테) 남편이 워낙 인기가 많아서 결혼 소식이 알려졌을 때 팬들한테 시달리셨을 것 같아요.
이교영:어떻게 알았는지 제 메일에다 음해성 글을 보낸 팬들도 있었어요. ‘우지원의 과거를 알아보고 결혼하십시오’에서부터 ‘우지원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결혼하느냐. 결혼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있었죠.
우:옛날에 연예인들과 스캔들 났던 기사 때문에 더 그런 오해를 받았던 것 같아요.
이:그럼 그 스캔들이 사실이 아니었나 보죠? 물론 지금 아내가 옆에 있어서 대답하기가 곤란하겠지만.
우:글쎄요. ‘그렇다 아니다’를 말하곤 싶지 않아요. 연예인 농구단원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연예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고 그러다 한두 번 만나 식사를 하거나 그랬는데 그게 열애설로 확대되더라고요. 지금 그 부분에 대해 변명하고 싶진 않아요. 그렇다고 아니라고도 하고 싶지 않고.
이:이거 원 헷갈려서…. 그냥 알아서 해석해야겠네요.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술잔을 돌리시나요? 소주 한 병이 정량이라는 사람이, 벌써 세 병째인데요.”
우:하하. 처음엔 좀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술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았는데 이거 얘기하다보니 절로 빠져드네요. 그런데 진짜 술 세시다. 어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네요. 그런데 이 녹음기 끄고 술 마시면 안될까요? 자꾸 거슬리네(녹음기 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