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김재현, 병명: 무혈성괴사증, 상태: 영 안 좋음, 먹으면 큰일 날 음식: 술(본인도 알고 있음. 왜? 술 때문에 깊어진 병이라서).
김재현이 9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음주 단속에 걸렸다. 95년에는 스무 살이고 건강할 때였지만 이제는 낼모레가 서른인 데다 양쪽 고관절이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 돼 수술까지 한 상태라 그때하고는 얘기가 다르다. 선수생활 끝장이라는 우려 속에 6개월간 뼈를 깎는 재활훈련을 해오다 발생한 일이라 더욱 실망스럽다.
김재현은 주변 사람들한테 전반기 마치기 전 팀에 복귀하기 위해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아무리 필자 귀에 김재현이 자주 술을 먹는다는 소리가 들려도 헛소문에 불과하다며 그를 믿어줬다.
그런데 샤워한 뒤 입가심도 아니라 새벽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이번 음주 사건은 많은 부상 선수들로 인해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LG라서 더욱 충격이 크다.
술이 운동선수의 적이라는 건 술집 주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술을 전혀 안 먹기도 불가능한데 이게 지나치면 좋을 게 없다.
동기 중에 장아무개 선수가 있었다. 장 선수는 대학시절 국가대표로 많은 기대 속에 S팀에 입단했다. 그런데 ‘술발’ 역시 국가대표급이었다. 입단 첫해부터 3∼4번을 치며 팀에 공헌도 많이 했지만 그 지역 술집 매상도 책임(?)지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장 선수는 코칭 스태프의 관리 대상이었는데 워낙 ‘탈출’ 솜씨도 뛰어난 데다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자신의 ‘간’한테 미안한 지경이라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배설물에 피가 묻어 나왔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결국 그는 술에 절어 살다가 일찌감치 은퇴를 했다.
H팀의 ㅇ코치는 선수 시절 정말 특이하게 술을 마셨던 케이스다. 그는 원정 가서 절대로 술자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술을 마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원샷으로 먹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특이하다.
경기 끝나고 식사하고 샤워를 하면 몸이 나른해지는 법. ㅇ코치는 밥을 먹고 곧바로 스윙 연습을 하러 나간다. 그리고 12시쯤 들어와서 그때 샤워를 하고 소주 한 병을 꺼낸다. 소주를 컵에 따른 뒤 침대 위에 올라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그 모습이 무지하게 진지한 것이 마치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크게 세 번을 한 뒤 단숨에 소주를 털어 넣는다. 그대로 누으면 5초 안에 잠이 든다고 한다. 술 마시고 싶은 선수들한테 필자는 이 방법을 ‘강추’하고 싶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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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