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몰라도 ‘대박이 아빠’는 알더라
이동국과 아들 대박이가 함께한 모습.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박이의 돌잔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부자, KBS 연예대상 버라이어티 부문 최고 엔터테이너상 수상 장면. 사진제공=전북 현대 모터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체험한 일화들이다. 얼마 전 ‘1박2일’에서 하차한 김주혁을 대신해 추신수가 입단 테스트를 치르는 형식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추신수는 엄청난 예능감을 뽐내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프로 정신을 보이며 기존의 멤버들과 제대로 동화됐다.
결과적으로 추신수는 ‘1박2일’ 입단테스트에서 탈락했다. ‘1박2일’의 유호진 PD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접촉한 결과 한 경기 결장 보수가 약 1억 원이고, 한 달에 두 번 녹화할 경우 녹화 한 편당 3경기 결장이라 약 6억 원을 지급해야 하고, 위약금까지 합하면 총 18억 원을 줘야 하기 때문에 추신수 영입이 불발됐다고 알리면서 추신수는 ‘1박2일’ 멤버가 아닌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로 돌아가야만 했다.
당연한 결과이고, 시청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1박2일’은 추신수가 출연함으로써 시청률 14.7%를 확보했고,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일밤>의 시청률 13.6%보다 앞서면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추신수 효과’였다.
이렇듯 해외파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귀국하게 되면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출연 섭외에 공을 들인다. 평소 자주 만나기 어려운 스타플레이어인 데다가 경기장을 벗어나 TV에서 보이는 스포츠 스타들은 웬만한 톱스타급 연예인보다 홍보 효과와 반응이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2015 시즌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귀국 첫 주에는 주로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고, 남은 한 주 동안 공식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중 TV 출연은 ‘1박2일’이 유일했다.
추신수가 딱 하나의 프로그램에만 출연한 데에는 매니지먼트사와 약속된 부분이었다고 한다. 추신수의 한국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갤럭시아SM(IB월드와이드)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워낙 귀국 일정을 짧게 잡은 터라 요청해온 프로그램 출연에 응할 수 없었다”면서 “1박2일에선 추신수 선수가 귀국하기 전부터 계속해서 섭외를 하려고 공을 들였고, 선수도 그동안 SBS TV의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힐링캠프>, MBC TV <라디오스타>등에 출연했기 때문에 이번엔 KBS의 ‘1박2일’에 나가고 싶어 했다”라고 설명했다.
방송 출연의 형평성을 내세워 그동안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던 KBS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한 추신수는 ‘1박2일’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LA다저스 류현진은 올 시즌 만큼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정중히 거절했다. 어깨 수술을 받고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내는 휴가는 가급적 공식 스케줄을 최소화하고 온전한 휴가로만 보내려 했기 때문이다.
‘런닝맨’에 출연한 류현진(왼쪽)과 박지성. 방송화면 캡처.
류현진이 2년 연속 ‘런닝맨’에 출연한 배경에는 유재석, 하하, 김종국, 개리 등 출연 멤버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방송을 촬영하며 개인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고, 하하, 개리 등은 미국 LA에 방문할 때마다 다저스 스타디움을 찾거나 류현진과 만남을 가지면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류현진의 친근한 이미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빛을 발했다. 추신수와 함께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는 추신수한테 살짝 가린 부분도 있지만(당시 LA다저스 입단 전) 2014년 강정호와 투톱체제를 이뤘을 때는 다저스에서 선보인 경기 성적과 인기가 맞물리면서 한 마디로 ‘대박’을 쳤다.
‘런닝맨’은 박지성과도 좋은 인연을 이어갔고, 2년 연속 박지성이 이사장으로 있는 JS파운데이션 아시안 드림컵에 ‘런닝맨’ 멤버들과 함께 출전하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추신수의 ‘1박2일’에 자극받은 ‘런닝맨’ 제작진은 최근 박지성과 다시 출연 섭외를 위해 접촉 중이며 성사된다면 1월 쯤 출연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포츠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얻는 부분이라면 대중적인 친근감이다. 야구나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팬이라면 해당 종목 선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인기 많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KBS-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인 전북 현대 이동국은 “오랫동안 축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이동국이란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슈퍼맨에 나간 이후론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대박이 아빠’라고 부르며 인사를 건넨다. 예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다”라고 말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이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꺼려했다. 스스로 예능감이 없다면서 방송에 나가 운동 외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선수들이 먼저 프로그램을 지목해 출연 의사를 밝힐 정도로 예능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 무엇보다 선수가 예능에 출연해 좋은 모습을 보이면 광고 시장에서 곧장 반응을 나타낸다. 류현진도 그런 점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효과를 톡톡히 본 케이스이다”라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1박2일’ 출연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방송화면 캡처.
한편 추신수, 류현진 등 ‘거물급’ 스포츠스타들이 예능에 나가면 출연료를 얼마나 받을까. MBC의 한 방송 관계자는 “적게는 500만~600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지급되는 걸로 알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도 그가 갖고 있는 대중적인 인지도에 따라 출연료가 차등 지급된다”고 전했다.
스포츠 스타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프로그램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이 단독으로 출연하는지, 아니면 어떤 선수와 함께 나가게 되는지, 또 자신의 출연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히 체크해서 출연 여부를 결정한다. 스포츠 스타 A는 섭외가 들어온 프로그램에 스포츠 선수로는 처음 출연하는 것인지, 이미 출연한 선수가 있다면 앞서 나간 선수와 비교해서 출연 분량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홍보 효과까지 계산해서 출연료를 조절했던 걸로 유명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서장훈(왼쪽)과 현주엽. 방송화면 캡처.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추신수 수억짜리 시계 협찬받은 사연 ‘명품’과 ‘추’ 3가지 공통점 있다 인기의 중심에 있는 스포츠 스타들은 협찬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특히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타플레이어들한테는 귀국할 때마다 차량, 호텔, 스포츠용품, 항공권 등이 지급되는데 추신수, 류현진 등은 이 모든 부분에서 특별 협찬을 받는다(스포츠 스타라고 해서 모두 항공권 협찬을 받는 건 아니다. 현재 현역 선수 중에는 추신수, 류현진, 손연재, 최경주 등이 항공사의 후원을 받고 있다). 추신수가 2년 전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로즈골드 월드타임 시계를 차 화제가 됐다. 방송화면 캡처. 이에 고무된 로저드뷔의 마크 폰트로이 CEO는 추신수에게 시계 협찬을 하기에 이르렀고, 로저드뷔에서도 최고가로 꼽히는 엑스칼리버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옹을 선물하기에 이른다. 이 시계의 가격은 약 3억 5000만 원에서 3억 8000만 원대로 알려졌다. 추신수는 이번 귀국 동안 로저드뷔의 마크 폰트로이 CEO와 만남을 가졌고, 브랜드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마크 폰트로이 CEO는 추신수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면서 추신수와 로저드뷔의 세 가지 공통점을 언급했는데 그 세 가지가 ‘희소성’ ‘장인정신’ ‘대담성’이었다. 추신수는 처음에 로저드뷔로부터 수억 원대의 시계 협찬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쉽게 믿지를 못했다는 후문이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스포츠스타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자신에게 고가의 시계 협찬을 해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 추신수는 이 시계를 이미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로저드뷔 한국지사 관계자로부터 직접 증정 받았다. 로저드뷔 관계자 2명이 애리조나까지 방문해서 추신수에게 시계를 선물했을 정도로 로저드뷔가 추신수에게 쏟는 정성과 관심은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이다. 추신수는 이 시계를 선물 받고 홍보대사 활동과 사인회, 잡지 촬영을 해줬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