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금발 남자’ 유일한 목격담…그는 누굴까?
살 미네오는 16살에 영화 <이유 없는 반항>(원 안 사진)에 출연해 틴에이저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다행히 그의 도전은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스라엘 민족의 건국을 그린 <영광의 탈출>(1960)에서 시오니스트 테러리스트 역할을 맡아 두 번째로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나이였다. 틴에이저시기를 넘어 청년기에 접어든 살 미네오를 할리우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1950년대 틴 아이돌로 활동했던 ‘좋았던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 살 미네오는 연극으로 눈을 돌렸고, 연출가로서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호모섹슈얼리티를 다루었던 논쟁적인 연극 <포츈 앤 맨즈 아이즈>은 당시 그의 대표작이었다.
사진은 사건 현장 모습.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목격자가 나섰다. 그는 긴 금발 머리의 백인 남성이 그 골목을 떠나는 걸 보았다고 했다. 미네오의 지갑이 그대로 있었기에 경찰은 강도 사건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미네오가 몰래 마약 거래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가설도 있었고, 바이섹슈얼이었던 살 미네오가 동성 연인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존 레넌은 살인범을 잡는 사람에 대해 개인적인 포상금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무중 상태에서 시간만 흘렀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윌리엄스(왼쪽)와 미네오 사망 1년 후 같은 날짜에 피살된 헬름.
결국 윌리엄스는 다시 재판을 받았고, 1979년에 판사는 무기징역이나 마찬가지인 57년형을 선고 받았다. 미네오 살해와, 웨스트 할리우드 지역에서 일어난 10건의 무장 강도에 대한 범인이 윌리엄스라는 것. 하지만 윌리엄스는 “나는 살 미네오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윌리엄스의 형이 확정되자, 또 하나의 미제 사건이 떠올랐다. 살 미네오가 죽은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인, 1977년 2월 12일에 역시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당시 28세였던 크리스타 헬름이라는 무명 여배우가 무려 22차례 칼에 찔려 죽었던 것.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의 염문으로 유명했던 그녀였기에, 관계를 상세히 기록한 비밀 일기를 노린 범죄로 추정되었다. 실제로 그녀의 소지품 중 일기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다 윌리엄스가 미네오를 죽였다는 법정의 선고가 있자, 크리스타도 윌리엄스가 죽였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정확히 1년 뒤에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칼을 사용해 사람을 죽인 범죄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아무런 물증도 없었다.
윌리엄스는 선고 후 11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1990년에 가석방되었다. 하지만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강도짓을 저질러 체포되었고, 심문 과정에서 자신이 살 미네오를 죽인 게 맞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재수감되었다가 1990년대 말에 다시 가석방되었는데, 이후엔 자신이 살 미네오를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살 미네오를 죽인 사람은 윌리엄스가 맞는 걸까? 유일한 목격자가 말한 ‘긴 금발의 남자’일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 윌리엄스는 왜 살해 사실에 대해 자꾸 번복을 하는 걸까? 진정, 그것이 알고 싶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