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제>, <몽상가들>을 연출한 세계적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가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빚어낸 빼어난 영상미와 작곡가 조르주 들루뤼의 유려한 사운드트랙으로 각광받고 있다.
베르톨루치 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순응자>에서 단연 으뜸은, 보는 이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 압도적인 미장센이다. 낮은 높이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는 현란한 테크닉, 빛과 어둠을 경계 짓는 탁월한 조명 효과, 철저하게 계산된 트래킹 숏, 완벽한 화면 구도와 대담한 앵글 그리고 공간과 여백의 미는 황홀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데, 이는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Vittorio Storaro)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거미의 계략>, <순응자>,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1900년>, <마지막 황제>, <리틀 붓다> 등 베르톨루치의 작품 이력 전체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작품을 함께 했던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베르톨루치의 영화 외에도 <지옥의 묵시록>, <딕 트레이시>, <탱고> 등을 촬영한 굴지의 세계적 촬영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당대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참신한 촬영•조명 기법으로 그가 선보인 경이로운 영상미학은 이후 제작된 영화, 드라마, 광고, 시각 이미지 등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II>,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등 세계적 거장들의 대표작들에서 <순응자>의 여러 장면이 오마주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베르톨루치는 비토리오 스토라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토라로는 그림붓이자 빛이었고, 내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화가의 손이었다. 그는 촬영감독의 영역을 넘어 ‘빛의 연출가’라 명명해도 될 만한 존재였다. 그의 영상에는 마술적인 매력이 있다. 내게 빛과 색채의 관념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시각화하기 위한 언어밖에 없었지만, 그는 그것을 늘 현실로 바꿔냈다.”
<순응자>의 빼어난 영상미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작곡가 조르주 들루뤼(George Delerue)가 선사하는 품격있는 사운드트랙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알랭 레네, 루이 말 등 누벨바그 거장들과의 협업으로 ‘영화계의 모차르트’란 수식어를 거머쥔 조르주 들루뤼는, <순응자>에서 영화의 분위기와 정서를 십분 살리는 음악들로 완성도와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배신과 음모가 도사리는 도시의 냉혹함, 쫓고 쫓기며 서로의 의중을 시험하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긴장감, 그 속에 소품처럼 존재하는 우아함, 낭만, 향수가 사운드트랙 안에 모두 담겨있어 관객들을 전율케 할 전망이다.
영상부터 음악까지 완벽한 미학적 성취를 자랑하며 베르톨루치 영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걸작 <순응자>는 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여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파시스트가 된 청년 마르첼로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파시즘, 성 정치학을 탐구한 작품으로 오는 1월 28일, 국내 최초 개봉한다.
민지현 온라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