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매운 고추들 ‘골목을 잡아라’
최근 창업자들은 역세권보다 골목상권 업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건대 골목길 상권.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창업전문가들은 2016년 창업시장 주요 키워드로 ‘가성비의 약진’ ‘간편식의 확산’ ‘모바일 마케팅 강화’ ‘공부방 창업 부상’ ‘일상에서의 재발견’ ‘나만의 취향을 존중하는 다양성’ 등을 꼽았다.
창업시장에서는 언젠가부터 가격대비 성능의 준말인 ‘가성비’라는 말이, 특히 외식부문에 있어서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인기를 끈 1만 2900원 한식뷔페, 2인분 1만 9800원 스테이크전문점, 5000원 순댓국밥, 저가 생맥주전문점 등의 공통점은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장기 침체 속에서 저가 열풍은 2016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무엇보다 탄탄한 정보력으로 무장하고, 포장보다 내용을 중시함에 따라 가격대비 질이 뛰어난 가성비가 창업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창업전문가들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패밀리레스토랑, 기존 패스트푸드 메뉴들이 힘을 잃어감에 따라 이를 대체할 만한 실속 스테이크, 수제 버거 등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도 지출 면에서 투자비, 운영비 등은 줄이고 매출 상승 장치가 있는 가성비가 높은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
수제버거&치킨전문점 ‘마미쿡’ 매장과 제품.
특히 간편식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편의점은 지난 한 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고, 소비자들의 편의점 이용횟수 역시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등을 필두로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포수는 2015년 2만 9626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위드미·with me)과 건설을 주력으로 하는 서희그룹(로그인·LOGIN)까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시락전문점 역시 매출 상승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68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솥도시락’은 2016년 1000억 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800억 매출을 올린 2015년보다 2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한솥도시락은 이를 위해 1000원부터 시작하는 커피, 도시락에 얹어먹는 청양고추 토핑 등 보조메뉴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가맹점 매출 증대에 힘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외식 가맹본부들도 앞 다퉈 도시락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원할머니 정성도시락’은 브랜드 론칭을 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어 판매 매장이 초기 8개에서 50여 개로 확대됐다. 프리미엄 돈가스전문점 ‘하루엔소쿠’와 삼각김밥과 규동 전문 ‘오니기리와이규동’ 등도 테이크아웃 시스템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전략은 지난해 메르스와 소비위축 등 대외적 악재에도 점포 매출을 탄탄하게 유지하거나 증가하는데 한몫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2016년 창업시장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속형 한식뷔페 ‘풀잎채’ 매장.
평범한 것과 주변의 것들을 재발견 하는 일상성은 외식부분에 있어 미식(Gastronomy)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 ‘미각노마드(Gastro-nomad)’의 진화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들이 식(食)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며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맛으로부터 발견하며, 이러한 맛을 찾아 유랑하는 사람들인 미각노마드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공부방 창업도 본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즈 독서실’은 최근 100호점을 돌파했고, 앞으로는 깔끔하고 다양한 형태를 도입한 스터디 센터들이 기존 칸막이 중심의 책상과 어두운 분위기의 동네 독서실을 서서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2016년에는 누적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어지면서 50대 이상 창업자들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 공급과잉의 문제가 큰 고민거리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라며 “최근 도심 상권의 소비를 줄이고 집에서 돈을 쓰려는 소비성향이 강해지고, 1억 원 이하의 비용으로 생활비만 벌려는 창업자들의 심리가 맞물려 베이비붐 창업자들이 역세권보다는 골목상권 업종에 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동네 상권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는 스몰창업 아이템에서 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2016년에 예상되는 저가열풍에 대한 유념사항이라면 싸게 판매한다는 것은 원가가 높고 마진율은 낮다는 얘기”라며 “마진율이 낮다는 것은 박리 아이템이라는 얘긴데 ‘박리’는 ‘다매’가 따라오지 않으면 실패의 위험이 높아진다. 저가치킨, 저가피자가 일찍 꼬리 내린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