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경쟁, 비호남은 연대로…”
“이번 총선을 통해 한국을 상생의 사회로 만들 정치세력이 뚜렷하게 진입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에 와서 야권이 극도로 혼미한 상황에 빠져 있음에도 원칙 있는 통합을 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창당을 하고 있다. 엄숙한 소명을 느낀다.”
―신당 창당 작업을 먼저 시작했지만 최근엔 안철수 신당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옮겨간 듯한데.
“안철수 신당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보자면 소낙비가 내리는 중이긴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초심에 따라 일관된 가치와 비전을 갖고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고하게 가져가면 우리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안철수 쪽의 인재 영입 경쟁이 뜨겁다. 국민회의는 권은희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따로 확정된 인재가 있나.
“현재 우리와 함께하는 분들도 훌륭하다. 지명도가 높건 낮건, 각자 자기 삶의 현장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매우 헌신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의 독점·독식에 결연히 맞서 상생의 세상을 열겠다는 용기를 가진 분들이다. 그런 분들을 모시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권은희 의원은 기성 정치인이지만 큰 때가 묻거나 흠이 있는 분은 아니지 않나. 정치 입문하기 전에 걸어온 길로 보나 정치 데뷔 이후로 보나 뉴DJ에 걸맞은 분이라고 보고 있다. 권 의원이 국민회의와 함께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본인의 선택을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또한 아직 뉴DJ로 영입할 사람이름을 거명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고 본다.”
―최근 표창원 교수가 더민주에 참여하면서 국민회의 등 다른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표 교수가 너무 예의바른 분이더라.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표 교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한번 만납시다’ 하고 제의를 했다. 그런데 표 교수가 묻지도 않았는데 ‘저는 정치는 절대 안합니다’라며 일단 만남을 거절했다. 그게 전부다. 제의를 거절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제의를 할 기회도 없었다.”
―‘문재인 리더십’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다 결국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리더십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재인 대표 개인에 대한 말은 실례일 수 있으나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당의 일부 세력의 폐쇄적, 패권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나 과오에 대해서 책임지는 자세가 결여됐다고도 생각한다.”
천정배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은 야권의 대안세력을 목표로 창당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더민주를 탈당한 사람들을 두고 공천 못 받으니까 나간 거 아니냐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저의 경우도 공천 못 받으니까 탈당한 것인가. 객관적으로 탈당한 분들이 총선에 유리하리라고 보이나. 그렇게 본다면 왜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 당에 머물러 있나.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야권의 재건사업을 위해서 불확실한 미래로 뛰어든 것이다. 당에 잔류하는 것보다 꼭 유리한 것도 아닌데 탈당한 분들은 나라를 위한 결단을 했다고 본다.”
―지금의 일여다야 구도가 결국 총선 직전 야권연대로 정리되리라는 관측이 있다. 만약 야권연대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호남에서는 경쟁을 통해서 혁신, 주도세력의 교체가 이뤄져야한다. 그러나 비호남에서는 아무리 야권 내 세력 간 생각이 좀 다르더라도 새누리당이라는 강력한 독점·독식 세력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뭉쳐야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별로 뚜렷하게 나눠서 생각하고 있다.”
―국민회의의 총선 의석수 전망이 궁금하다.
“우리가 여러 신당의 통합을 이뤄서 적어도 야권의 주도성을 빼앗아 올 정도의 의석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수당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예상 의석을 보면 사실 저희뿐만 아니라 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면 비호남에서는 아주 어려울 것이고 호남에서는 각 세력 간 분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경우에 국민회의도 걱정이 많이 된다.”
―지난 12월 29일 열린우리당 창당을 사과한 이유는.
“열린우리당 문제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을 만들려고 했던 목적은 야권을 개혁적인 세력으로 바꾸고 야권의 통합도 동시에 이뤄내자는 것이었는데 통합에는 실패했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제 정치력이 부족했고 전략적 과오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 호남의 입장에서 보자면 호남이 실질적인 선택권을 잃고 패권세력의 하청 동원기지가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의 신당은 그런 패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와 배치되는 과거의 행보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느꼈고, 반성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포천재’라는 별명이 그렇듯 차가운 이미지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천재란 말은 사실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제가 도움을 받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차갑고 범접하기 어렵다는 인상도 많이 들어본 것 같다. 결코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 이제 안 해줬으면 좋겠다(웃음). 제가 오래 정치를 했지만 허점투성이다.”
지난해 11월 18일 천정배 의원이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개혁적 국민정당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우리 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하나는 한국 경제가 잘못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 성장세가 멈추고 뒷걸음칠지도 모르는 위기에 있다.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 경제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민생은 지극히 불안하고 경제는 불평등하고 사회는 불공정하다는, 소위 3불이 없어져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다. 혁신경제고 다른 말로 하면 한국의 독점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을 개혁하는 경제민주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다.”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나.
“시대적 과제는 국민들이 안정되고 상생협력의 사회로 가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박근혜 정부를 보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경제부흥이 국정지표 제일 위에 있다. 그런데 경제가 부흥되고 있나. 전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 부흥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저도 야당이지만 정부나 여당이 한 일에 대해서 칭찬하고 찬성할 수 있는 일이 많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그걸 찾기가 참 어렵다. 경제와 민생에 대해서도 큰 문제의식이나 비전이 없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공안정국을 불러일으키고 교과서 국정화하고 있다. 이번에도 보자. 왜 위안부 문제도 서둘러서 해결을 하나. 해결도 아닌 데다 결국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게 10억 엔짜리 면죄부를 줘버렸다. 이번 협상은 인간의 존엄과 민족혼을 팔아먹은 것이다. 지금 힘이나 협상력이 부족하면 미뤄두면 된다. 지금 해결이 안 된다고 문제될 것 없지 않나. 그걸 서둘러 해결하면서, 더구나 그것도 영원히 해결한 것처럼 해놓았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까지 못 박았다. 다음에 우리가 힘이 늘어나는 때가 오더라도 할 수 있는 여지를 다 봉쇄했다. 최악의 협상이다. 경칭을 생략하고 말하면 박근혜는 아베다. 이번 일로 민족문제나 외교문제조차도 최악의 정부가 되어버렸다. 경제도 실패, 정치도 실패. 누가 칭찬거리를 좀 찾아줬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일본 협상에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버지의 경우에는 그때 워낙 절대 빈곤의 상황에서 3억 달러, 5억 달러란 돈이 상당히 큰돈이었다. 그것이 우리 경제개발 5개년개획을 추진하는 종자돈이 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이라도 있었다. 이번에 받는다는 10억 엔은 97억 원 정도 된다. 이번에 김현수 선수가 미국 가면서 2년 80억 정도 받는다. 스포츠 스타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것과 비슷한 돈을 두고, 국가가 이래서 되는 것인가. 턱도 없는 그런 돈은 안 받는 것이 낫지. 우리나라가 그 돈 없다고 지금 큰일이 나나. 돈이 없어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울부짖고 있나. 개인 차원으로도, 나라 차원으로도 존엄을 짓밟은 것이다. 차라리 죽이는 것보다도 끔찍한 짓을 저지른 일본과 어떻게 한 나라가 그런 협상을 할 수 있나. 현 정부는 국가관 인권의식 민족의식, 크게 보면 역사의식이 실종됐다. 그래서 제가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라고 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베가 되어서야 되겠나.”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