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군과 케이트 슬래터리 | ||
지난 6월 변호사까지 대동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싶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케이트 슬래터리(19)의 변함 없는 희망사항이다. 그뒤 세 번이나 변호사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등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슬래터리는 지난해 말부터 전 한국 국가대표인 이천군(22·한양대)과 피겨스케이팅 파트너로 만나 9개월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러나 국적 문제 때문에 국제대회에 함께 참가하는 것은 여전히 꿈 같은 일로 남아 있다.
현재 국제빙상연맹(ISU)의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적이 같아야 하며 세계선수권대회의 경우엔, 1년 이상 그 나라에 거주한 사실만 인정되면 국적은 따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태극 마크를 달고 참가하기 위해서는 한국 선수로 등록돼 있어야 하는데 국적 때문에 등록조차 불가능한 것.
슬래터리측은 현재 미국에서 훈련중인 이천군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천군도 슬래터리에게 ‘10년 이상 함께 활동하며, 한국 국적을 얻겠다’는 조건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천군으로선 국내의 열악한 피겨 스케이팅 환경 때문에 어렵게 해외서 호흡이 맞는 파트너를 찾았지만 이런 걸림돌이 있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현재 두 선수가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대통령 권한으로 예외적으로 귀화가 인정되는 경우다. 최근 세 번째 한국을 찾은 슬래터리측 변호사인 마이클 최는 “청와대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렸지만 법무부에서 거부하고 있다”면서 “일단 국내 선수로 등록하되 국적 논의는 차후에 다시 하자는 대안도 있었지만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슬래터리가 한국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천군과 결혼하는 것. 하지만 양가 모두 두 선수가 아직 어리다는 점 때문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다행이라면 두 선수가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
그러나 코치가 “다른 감정이 생기는 건 결국 트러블이 생기고 팀이 깨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며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어 두 선수는 속내를 표현도 못하는 상황이다.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