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곳 시간으로 밤 12시예요. 이제 곧 잠자리에 들 시간이죠. 지금 자면 아침 8시에 일어나서 9시까지 오전 훈련에 나가요. 오전 훈련만 마치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셈인데 빠듯한 생활을 하는 일반 직장인들에 비하면 상당히 ‘널널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거죠.
오전 훈련 마치고 집에 와선 식사하고 오수를 즐깁니다. 그 이후 뭐하냐고요?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게임을 즐기며 보내요. 시간이 많다보니까 외로움도 더 커지고,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들이 가끔은 짜증 날 때도 있네요.
지난 번 로다 JC와의 시즌 개막전(16일)에선 상당히 부진한 플레이를 펼쳤어요. 무척 속상했고 저 자신에 대해 화도 났습니다. 아무래도 네덜란드 땅이 절 싫어하나 봐요. 히딩크 감독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플레이하라”고 주문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나요?
제 판단으론 컨디션 난조보다 정신적인 면이 큰 것 같아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절 너무 꽉 조이게 해요. 물론 오버해서 생각하는 부분도 있겠죠. 만약 제가 한국에서 뛰고 있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 거예요. 요즘은 외국에서 용병생활을 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겪어내고 참아야 하는 것인지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이겨내야죠. 누가 저 대신 경기를 뛰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러다 몇 게임 뛰면서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다 활발한 경기내용을 보여줄 수 있겠죠.
스트레스를 받아도 여기선 표출할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친구도, 여자(?)도 만날 수 없잖아요. 마치 수도승처럼 도 닦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반복되는 일과가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는 절 더 힘들게 합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만나는 ‘여자’라면 (이)영표형 형수님이에요. 예전 영표형이 우리 집에 와서 식량을 축냈듯이 저 또한 영표형의 눈치를 살피며 형네 집에서 자주 식사를 해결합니다.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긴 하지만 영표형네 집을 나올 때는 괜히 씁쓸해져요. 부럽기도 하고.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엄청나게 달라 보이게 하는 거 있죠?
영표형네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 5년 뒤에 장가가려는 제 계획을 조금은 앞당겨야 할 것 같아요. 사실 5년을 홀로 지내는 건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요? 좋은 여자 만나서 밀고 당기는 일 없이 후다닥 가야죠. 장가 말이에요. 지금 그런 여자가 있냐고요?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노코멘트’ 하하.
이번주 일기는 신세 한탄만 하다 끝나네요. 좀 더 단단해지고 야물어진 모습으로, 그리고 박지성다운 플레이로 다음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에인트호벤에서 지성이가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