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납한 공사비 돌려준 증거 없다”
▲ 열린우리당 대변인인 전병헌 의원이 윤상림씨와 ‘수상한’ 돈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석상의 전 의원. 오른쪽 작은 사진은 윤상림씨. | ||
그 동안 윤씨와 전현직 판 검사, 변호사, 경찰간부, 군 출신 인사들의 크고 작은 돈거래는 수차례 확인됐지만 윤씨와 정치인간의 돈 거래가 밝혀지기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윤씨의 정치인 커넥션이 밝혀질 지 주목된다.
전 의원과 윤씨가 오랫동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달 초 <일요신문>(712호)은 전 의원이 지난 17대 총선 직전 윤씨의 종로사무실을 함께 사용했음을 확인하고 두 사람간의 관계를 추적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전 의원이 윤씨의 카지노 출입정지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음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었다.
그러나 당시 전 의원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윤씨와는 친분관계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금전관계를 포함한 어떠한 거래도 없었다”며 윤씨와의 관련 의혹을 부인했었다.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30일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윤씨와 금전관계를 포함한 어떤 거래도 없었다. 그런 말이 돌고 있다면 충격적이다”라며 “내 정치인생을 걸고 윤씨와의 사이에 어떠한 거래도 없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법조브로커 윤씨와 전 의원 사이의 ‘수상한 금전 거래’. 그 의혹을 추적했다.
지난 20일 전 의원은 자신의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대금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4월, 아파트 내부 수리공사를 하면서 윤씨로부터 공사업체를 소개받았고 공사대금을 윤씨를 통해 전달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명백한 상거래였다”는 것이 전 의원의 설명이다.
전 의원은 “공사비 5천만원 중 3천9백70만원은 현금과 수표 등으로 먼저 전달했고 잔금은 아내 명의의 계좌에서 이체를 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과는 달리 윤씨가 아파트 공사비를 대납한 증거는 검찰조사에서 드러났지만 전 의원이 이를 윤씨에게 되갚았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의원의 주장 내용 중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빠져있다. <일요신문>은 이미 1월 초 취재과정에서 현재 윤씨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이미 이러한 정황을 포착, 상당부분 수사를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7일 검찰의 핵심 관계자는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윤씨가 대신 지불한 공사대금을 전 의원이 갚았는지는 알 수 없다. 윤씨가 공사대금을 대신 지급한 증거는 있지만 이 돈을 전 의원이 갚은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윤씨는 현재 자신이 이 돈을 모두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정황이 명쾌하지 않다”고 밝혔었다.
<일요신문>은 전 의원과 윤씨 사이의 이러한 공사대금 의혹을 이미 지난 연말 윤씨의 최측근 인사들의 진술을 통해 확보, 취재를 계속해 왔다. “전 의원에게 윤씨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수천만원을 주었다”는 게 당시 측근 인사들의 증언이었다. 윤씨의 한 측근은 “2005년 초 윤씨가 ‘전 의원이 이사를 하는데 내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이사 가는 집이 오래 돼서 인테리어를 바꿀 필요가 있으니 이것을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구체적인 정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돈을 돌려줬다는 전 의원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취재 결과 윤씨의 측근인사들의 진술은 사실로 확인됐다. 윤씨가 지난해 3~4월경 전 의원의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 공사대금 5천만원을 대납해 준 사실이 있음이 확인된 것. 문제가 된 전 의원의 동작구 대방동 D아파트는 전 의원이 지난해 1월 부인과 공동으로(각각 지분 2분의 1) 매입한 50평형대 아파트였다. 당시 인테리어 공사는 송파구에 위치한 실내건축 전문회사인 H사가 맡았다. 이 회사의 사장 J씨는 오래전부터 윤씨와 친분관계를 이어온 인사로 알려져 있다. 전 의원은 윤씨가 소개한 이 업체에 자신의 집 인테리어 공사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취재결과 확인된 인테리어 공사대금은 모두 6천만원, 부가세를 포함할 경우 총 금액은 6천6백만원에 달했다. 3월 초 시작된 공사는 한 달 이상 걸려 4월 초가 되어서야 끝난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달 전 의원은 이 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런데 전 의원 소유의 이 아파트 공사대금 6천6백만원을 H사에 지급한 사람은 전 의원이 아닌 윤씨였다. 윤씨는 공사가 끝난 후 J씨에게 공사대금 명목으로 5천만원을 건넸고 영수증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친분관계를 이용해 윤씨가 공사비를 대폭 깍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윤씨가 전 의원의 아파트 공사대금을 대신 내주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윤씨가 워낙 마당발이고 호텔도 경영하고 있어 잘 아는 업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업체 소개를 부탁했고 윤씨가 가격흥정에도 도움을 줘 윤씨를 통해 돈을 전달한 것”이라며 “건설업자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5천만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간 공사비를 본인이 아닌 제3자를 통해 업자에게 건넸다는 전 의원의 설명은 어쩐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이와 관련, 윤씨의 한 측근인사는 “당시는 윤씨와 전 의원이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였다. 게다가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당권파의 핵심인사로 권력이 막강했던 사람이 아닌가. 윤씨는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일에는 절대 돈거래를 하지 않는다. 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며 “전 의원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와 관련 공사를 담당한 업체 대표 J씨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사대금은 윤씨에게 받았다. 전 의원은 잘 알지도 못하던 사람이다. 이미 검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모든 걸 말했고 당시 받은 영수증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윤씨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윤씨에게서 못 받은 공사대금도 있고…. 나도 피해자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 핵심 관계자는 전 의원과 윤씨간의 ‘금전 의혹’이 불거진 뒤 “계좌추적 과정에서 윤씨가 J씨에게 돈을 건넨 부분이 확인돼 경위를 조사했다. 윤씨가 공사대금을 지불했음을 확인하는 영수증도 J씨를 통해 확보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윤씨에게 이 돈을 돌려줬는지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윤씨는 ‘돈을 받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전 의원과의 금전거래와 관련 “공사대금을 돌려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돌려받은 시점과 장소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처음에는 모 호텔로비에서 전 의원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았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받은 장소도 헷갈리며, 수표로 받았다고 했다가 현금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뚜렷한 해명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에 대해 당사자인 전 의원은 지난 19일 이후 수차례에 걸친 <일요신문>의 취재요청에 대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