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니 ‘삐거덕’ 소리가…
복고 열풍 속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인기 그룹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 컴백설이 도는 원조 아이돌 HOT(위)와 젝스키스(왼쪽). 일요신문 DB
복고 열풍의 수혜를 입은 가수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솔로 혹은 그룹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솔로로 컴백해 성공을 거둔 복고 스타는 드물다. 이미 해체됐거나 잠정 해체 상태인 그룹 멤버들이 다시 모였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의미다.
god는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 전업을 선언했던 윤계상까지 가세해 2014년 컴백했다. 그들의 콘서트 티켓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터보는 아예 3인조로 돌아왔다. 원년 멤버인 김종국과 김정남에, 탈퇴한 김정남의 빈자리를 메웠던 마이키까지 더해져 팀을 이뤘다. 멤버의 구성과 재결합 속에는 나름의 속내가 있다. 단순히 ‘함께 하자’고 의기투합한다고 컴백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2016년 컴백이 유력한 원조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가 컴백설을 일축하진 않으면서도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HOT는 멤버 5명이 이미 컴백을 하겠다는 대의는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올해는 HOT가 데뷔 2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그들이 다시 뭉치기 더없이 좋은 외부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 가요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제는 5명 모두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다르고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HO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똑같이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콘서트 위주로 활동할지, 새 음원을 발표할지 여부와 프로듀싱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메이킹해 나갈지를 두고는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HOT 멤버의 한 관계자는 “과거 HOT는 SM엔터테인먼트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전문적인 프로듀싱 아래 기획된 그룹이지만 재결합할 때는 각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견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젝스키스 여섯 멤버도 사석에서 만나면 “다시 한 번 뭉쳐보자”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멤버가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다. 이들 중 아예 연예 활동을 중단한 멤버도 있고,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대중 앞에 서는 것을 꺼리는 멤버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젝스키스 멤버들이 안고 있는 고민은 HOT 멤버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형태”라며 “6명 멤버가 모두 모인 ‘완전체’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젝스키스의 컴백 과정은 HOT에 비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 깊숙한 곳의 이야기를 건드리자면, 각 멤버들이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그들이 한데 뭉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굳이 다시 뭉쳐서 과거의 위용을 되찾지 않아도 현재 솔로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멤버가 있는 반면, 개인적으로는 찾는 이가 없어 과거의 영광을 소환하는 것이 절박한 멤버도 있다. 두 부류의 멤버가 컴백을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과거의 인기도를 떠나서 현재 각 멤버들의 대외적 영향력에 따라 목소리의 크기가 다르다”며 “아무래도 꼭 뭉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는 멤버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고 그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어려움에 빠진 멤버들을 돕기 위해 다른 멤버들이 재결합을 추진하는 아름다운 풍경도 있다. god의 경우 2013년 전 여자친구가 사망하면서 실의에 빠졌던 멤버 손호영이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룹 신화는 지난해 초 컴백하며 도박 혐의로 공백기를 갖던 막내 앤디를 껴안았다. 클릭비의 경우 컴백 직후 멤버 김상혁이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며 음주 파문 이후 10년 만에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는 발판이 됐다.
<무한도전> ‘토토가’에 출연한 터보.사진제공=MBC
결국 쉬운 재결합은 없다. 다시 뭉치자고 모두가 의기투합한 후에도 활동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주도적 역할을 하는 멤버들과 이에 따르는 멤버들의 손발이 착착 맞아야 성사될 수 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정상급 인기를 누리던 그룹이 과거 해체되거나 활동을 중단할 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약이 돼 이런 상처를 봉합하더라도 다시 뭉치기까지는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