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면 정 맞을까 ‘물밑에서 조용히’
▲ 이명박 서울시장이 당 복귀를 앞두고 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역풍을 우려해 ‘전력투구’보다는 ‘스킨십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 ||
MB가 청계천 복원 등을 통해 4년간 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향후 대선후보 경선을 대비한 당내 기반 확보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때마침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승세에다 최대 라이벌인 박근혜 대표의 ‘퇴조세’를 적극 활용, ‘대권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5·31 지방선거, 7월 전당대회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세력 확대를 위한 MB진영의 전략은 아직은 ‘전력투구’보다는 MB 본인과 핵심측근들을 통한 ‘스킨십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직 광역단체장이라는 운신의 제약이 있는 만큼 활동의 무게중심을 급격히 당으로 이동시키는 데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당내 인사들의 접촉도 그룹별로 이뤄지기보다는 ‘각개격파’ 방식으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MB는 이미 우호적 또는 중도성향 의원들과는 대부분 ‘1 대 1’ 회동을 한 차례 이상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MB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것보다는 단 둘이서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를 선호한다. 이제까지 만났던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1 대 1’ 대화 방식은 MB나 상대방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무척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모나 스타일상 딱딱한 감이 있는 MB가 자신의 살아온 인생역정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 경계심을 갖고 MB를 대하던 인사들도 웬만해선 호감을 갖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MB와 만찬을 가졌다는 한 영남권 의원은 “예전에 같은 국회의원 시절엔 잘 몰랐는데 막상 둘이서 얘기를 나눠 보니 MB가 꽤 매력 있는 인물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 특히 성장기에 고생했던 일화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인간적으로 대하려는 태도를 보며 ‘똑똑하기는 한데 좀 건방진 것 아니냐’는 선입견도 상당부분 해소했다. 상대적으로 웬만해선 곁에 사람을 두지 않는 박 대표와 비교해 MB의 특장이라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MB 주변 인사들도 최근 들어 당내 의원들, 언론과의 접촉 빈도를 부쩍 늘리며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MB의 친형으로 당내 최다선(5선)인 이상득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 코오롱상사 사장을 지내는 등 동생과 같은 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의원은 70세가 넘은 고령(1935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을 지낸 관록을 바탕으로 당내에서 친 MB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생이 대권주자로 부상하면서 득(得)보다는 실(失)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한 후 “대권을 잡고, 안 잡고는 다음 문제고, (동생의) 있는 그대로의 능력과 인간적인 면모를 사람들이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동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잦은 오·만찬 및 골프 회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접촉이 제한되어 있는 동생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있다는 게 당 내외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MB에 대한 지지를 직설적으로 당부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신 “(MB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으냐. 부족한 점이 있으면 조언 좀 부탁한다”는 식의 화법(話法)으로 자연스럽게 MB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이 의원과 함께 과거 정무부시장으로 MB와 함께 서울시에 몸담았던 정두언 의원과 고려대-고향(경북 포항) 후배인 이병석 의원 등이 ‘MB맨’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두 사람 역시 행동반경은 넓혀가면서도 MB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요청을 하기보다는 자연스레 MB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후문. 이들 외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L의원, 비례대표 K·P의원 등도 MB측에 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 이명박 시장은 위험한 독주보단 ‘빅3 경쟁’의 흥행을 유지하며 본선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박근혜 대표(왼쪽)와 이 시장. | ||
MB측은 2월 하순부터 시작될 지방선거 후보자 당내 공천과정과 뒤이은 선거, 7월 전당대회를 친MB세력이 당내 주류로 부상할 수 있느냐를 좌우할 분수령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기층 지지기반은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양대 정치일정에서 주요 광역단체장과 당 지도부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킬 경우 MB가 당에 복귀한 후 대권 레이스를 펼치기에 한결 수월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최근 비주류 내에서 ‘중도개혁세력 통합론’을 명분으로 각 정파 간 연대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도 그 배경에 MB측의 행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당내의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상 MB계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와 소장파 핵심조직인 ‘수요모임’이 전략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이면에는 ‘대권 전초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5·31 지방선거-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확실한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친MB로 정평이 난 발전연의 한 핵심 의원은 “일단 발전연과 수요모임의 연대를 기반으로 하되 중도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푸른 모임’ ‘초지일관’(初志一貫) ‘중초회’(中初會) 등과도 당 내외 현안에서 제휴를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MB를 대권주자로 지지하느냐 여부는 결과의 문제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향후 당 운영과 대선 후보 경선관리에서 내용적으로 MB측의 주장이 얼마나 관철되느냐다. 지금은 그를 위해 정책·노선은 물론 세력 면에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한 단계다”라고 말했다.
MB측은 그러나 한편으론 원내대표 경선(1월12일) 이후 당내에 MB진영을 기웃거리는 인사들이 많아진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MB 대세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적극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번의 대선 패배 경험 탓에 당내에서 특정 대권주자가 조기에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워낙 광범위한 데다 벌써부터 MB가 너무 앞서 나갈 경우 여권의 집중포화가 쏟아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당내에서 친MB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은 “MB로선 박 대표, 손학규 경기지사와의 대권 경쟁구도가 조기에 허물어져 ‘MB 독주’ 체제가 형성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과거 이회창 전 총재 시절의 경험에서 보듯 당내 경선에서 실질적인 경쟁이 벌어져야 흥행성을 담보할 수 있고 그것이 본선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MB로선 지금의 ‘빅 3’ 간 경쟁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대권 레이스에 보다 많은 당 내외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전략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중진은 또 “당 내외 분위기가 ‘MB 대세론’으로 급격히 쏠릴 경우 MB를 겨냥한 공세도 보다 고강도·전방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 등 ‘MB 때리기’가 가열될 경우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전당대회에서 MB의 행보에 부담이 커지고 그렇게 되면 당 복귀 후 입지 확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 주변에서도 대세론에 담긴 위험성에 각별한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MB의 당내 지지세가 확대되면서 경쟁관계인 박 대표-손 지사 간에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반 MB’ 진영이 결속하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MB에 앞서 대세론을 형성했던 박 대표가 친박(親朴)-반박(反朴) 구도 아래서 무리수를 두다 결국 당내 입지가 좁아진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실제 당내에선 최근 ‘초지일관’ ‘중초회’ 등 수도권·비례대표 중심 초선그룹과 영남권 출신 초선들이 망라된 ‘낙동모임’이 주도권 다툼을 벌인 것을 친MB 대 반MB 간 대립구도에서 이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역기반이나 성향상 MB와 가까운 의원들이 많은 초지일관과 중초회가 2월 10~11일 당내 전체 초선의원들이 참가하는 연찬회를 열어 헤게모니를 장악할 움직임을 보이자 상대적으로 박 대표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망라된 낙동모임이 브레이크를 걸어 무산시켰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이와 관련, MB측 정무라인의 한 핵심인사는 “당내에 MB에 우호적인 세력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까지 MB를 연결 짓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초선 의원 연찬회 무산을 둘러싼 ‘황당한’ 분석이 대표적인 예다. 어떻게 보면 이 같은 현상이 그만큼 MB의 당내 기반이 넓어졌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긴 하지만 대세론이 낳는 부작용의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