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 부부 | ||
지난 12월에만 14일 홍성흔(두산)을 시작으로 20일 최태욱(안양 LG), 28일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최성용(수원)의 결혼식이 있었고 올해 1월3일에는 김은중이 ‘유부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6일에는 이영표(에인트호벤)와 같은 달 15일에는 송종국(페예노르트)이 A매치 일정을 피해 사랑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과연 이들 스포츠스타들은 결혼준비를 어떻게 했을까. 보통 사람들의 ‘인륜지대사’와는 무엇이 다를까. 야외촬영부터 신혼여행지 선정까지 공개되지 않은 혼사 뒷얘기들을 살짝 엿봤다.
스포츠스타들의 결혼식에는 일단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사진촬영에서부터 메이크업, 드레스와 한복, 신혼여행 등에 이르기까지 부대비용 대부분이 ‘협찬’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알려진 얼굴과 인기 덕분에 이들이 ‘절약’할 수 있는 돈은 대략 1천만∼1천5백만원 정도.
스포츠스타들의 결혼식 준비는 대개 결혼식을 먼저 올린 ‘선배’의 영향을 적잖이 받는다. 준비 과정이 만족스러우면 이후 해당 업체를 추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서 대물림을 하는 식이다.
지난해 먼저 표준 샘플(?)을 제시했던 선수는 이영표였다. 서울 강남 도산공원과 압구정 카페거리에서 야외촬영을 했던 이영표를 따라 최태욱 역시 같은 코스에서 촬영을 마쳤다. 홍성흔도 같은 스튜디오에 촬영을 맡겼지만 장소는 양수리와 잠실야구장으로 직업 특성에 맞게 변화를 주었다.
▲ 최태욱 부부(왼쪽), 홍성흔 부부/사진제공=sharp studio | ||
스포츠스타의 결혼식이라고 해도 드레스만큼은 신부의 몫이다. 스카이라이프 신문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모델활동 경력을 자랑하는 홍성흔의 부인 김정임씨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선호한 반면, 귀여운 스타일인 최태욱의 부인 정혜령씨는 드레스도 깜찍한 디자인을 요구했다는 후문.
두 선수의 야외촬영을 진행했던 오상철 실장(Sharp Studio)은 “(김)정임씨는 모델 경험에서 생긴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간혹 (사진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면서 “반면 (정)혜령씨는 머리를 풀고 찍는 사진도 있어야 하는데 신부가 면사포를 계속 고집해 어쩔 수가 없었다”며 촬영 당시의 어려움을 떠올렸다. 하지만 두 신부 모두 표정만큼은 ‘짱’이었다고.
스포츠스타의 결혼식장에서는 연예인에 전혀 밀리지 않는 유명인사들과 하객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최태욱의 결혼식에는 전문MC 조영구씨가 사회를, 해병대 사령관을 지낸 이갑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주례를 맡았고, 홍성흔을 위해서는 방송인 김제동씨와 하일성 해설위원이 각각 사회와 주례를 담당했다.
또한 초대가수로 ‘자전거를 탄 풍경’과 ‘진주’ 등이 축가를 불렀다. 그럼 이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어떻게 했을까. 한 스타의 측근은 “현금을 주는 것도 그렇고 해서 대부분 ‘상품권’으로 대신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 자주 나가는 스포츠스타들이지만 해외 신혼여행에 목을 매는 건 여느 부부와 비슷하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처럼 5∼6박 정도를 예상하다가 자신의 스케줄 때문에 그보다 짧게 짜여진 일정을 뒤늦게 알고서는 하소연을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 지난해 6월15일 치러진 송종국의 결혼식. 이날 사회자는 불과 열흘 전 결혼한 이영표였다. | ||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스포츠스타들이 유일하게 협찬을 거의 못 받는 게 있다는 점. 바로 항공료다. 이유는 앨범(사진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은 차후에 지속적인 홍보가 가능해 업체들이 선호하지만 항공사의 경우는 비행기 앞에 선수를 세우고 촬영할 필요성까지는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포츠 스타의 결혼식장은 절친한 선후배를 비롯해 친지들, 그리고 많은 팬들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청첩장 또한 일반인에 비해 배로 많이 보내게 되는데 최태욱의 경우엔 8백여 통, 홍성흔은 5백여 통을 뿌렸다.
하객들의 숫자만큼 늘어나는 것은 다름 아닌 ‘축의금’이다. 최태욱의 아버지는 평소 아들에게 매달 20만원 정도의 용돈을 주며 연봉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축의금 역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홍성흔은 이런 경우를 우려한(?) 동료들 덕분에 ‘뒷돈’을 챙길 수 있었다. 절친한 동료 선수들이 식장 입구에서 축의금 내는 걸 꾸욱 참고 신랑에게 직접 전달했던 것. 이런 동료들의 우정(?)에 그날밤 홍성흔과 신부 김정임씨는 호텔에서 빳빳한 만원권 신권을 세는 재미로 쏠쏠한 첫날밤을 즐길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