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의 최측근에 따르면 지난 11일 안정환이 J리그 시즌 종료 후 요코하마 구단 관계자와 만나 정식 계약이 아닌 가계약만을 해놓은 상태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음을 이 측근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최근 자신의 진로 문제를 놓고 매스컴의 집중적인 취재 공세와 추측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안정환은 요코하마행을 거듭 부인한 바 있다.
안정환이 정식 계약을 미룬 가장 큰 이유는 연봉 때문. 한화로 환산했을 때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를 제시받고 고민을 거듭하다 최종 사인을 남겨둔 채 협상을 일시 중단했으나 얼마 전 요코하마행으로 마음을 굳힌 뒤 정식 계약을 하기 위해 15일 출국할 예정이라는 것.
지난 1월1일부로 전 소속팀이었던 시미즈와의 계약이 끝나면서 무소속이 된 안정환의 향방은 한국과 일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었다. 시미즈가 구단의 재정난을 이유로 안정환한테 결별 통보를 하면서 그의 거취 문제가 언론과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것.
안정환이 국내 매스컴과의 접촉을 완전 차단하면서 이런저런 소문들이 증폭된 가운데 최근 그가 최측근한테 털어놓은 ‘소문 속 진실’은 향후 안정환의 스케줄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정환은 14일까지 그동안 밀린 CF 촬영을 마무리 짓고 다음날인 15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아내 이혜원씨를 서울에 남겨둔 채 혼자 일본으로 가 요코하마측과 마지막 협상을 매듭지은 뒤 공식 입단식을 마치고 20일 요코하마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떠난다는 시나리오다.
안정환은 귀국 후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요코하마행이 ‘최고의 선택’이 아닌 ‘보험용’이라는 부분을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안정환한테는 미처 다 이루지 못한 유럽 진출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였고 ‘J리그 잔류’는 유럽행이 부도수표로 끝날 경우 택할 수밖에 없는 차선책이었다.
J리그에 잔류할 경우 안정환이 팀을 정하는 우선 순위는 ‘돈’이었다. 팀의 색깔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적료 문제 때문에 몸값을 어떻게 책정받느냐가 선택의 부대 조건들 중 1순위였던 것.
안정환의 다른 측근에 따르면 안정환이 요코하마와 가계약만 한 또 다른 이유는 다른 J리그팀으로부터의 ‘러브콜’을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각 구단마다 재정난을 이유로 몸값이 높은 안정환 영입에 난색을 표했고 요코하마 외엔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팀이 없자 결국 요코하마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한편 기정사실화된 안정환의 요코하마행에 대해 정작 요코하마 구단측에선 “계속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확한 입장 표명을 꺼렸다.
요코하마의 홍보 담당자인 기무라씨는 “일본과 한국에 보도된 안정환의 영입 문제는 단순히 추측 기사일 뿐”이라면서 “지금은 영입 여부를 발표할 시기가 아니다. 안정환과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출신 선수를 포함해서 몇 명의 대상자를 놓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대답했다.
안정환은 최근 요코하마로 가기로 결심을 굳힌 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미즈의 성적이 좋지 않아 골을 넣고도 빛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요코하마에선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게 최측근한테 밝힌 심경.
귀국 후 어머니의 출소와 불교에 귀의하기 위한 삭발식 등을 지켜보며 신경이 예민해졌던 안정환은 일본으로 출국하며 모든 우울한 사연들을 털어내고 요코하마에서 활약중인 유상철과 함께 좋은 콤비를 이뤄 새출발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안정환과 요코하마와의 계약기간은 최종 협상 때 확정될 예정인데 안정환은 1년 계약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