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를 담당하는 통역들한테는 선수들이 외출했을 때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휴대폰이 울린다는 건 대부분 ‘무슨 사고가 났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 누구보다 이런 고마움을 잘 아는 외국선수들이지만 장난기가 발동해 통역을 놀라게 하는 것으로 ‘답례’를 대신하기도 한다.
다음은 통역 오경진씨(부산 KTF) 가 지옥과 천국을 오간 사연. 오씨가 퇴근하고 집에 있던 어느 날, 트리밍햄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경찰서인데, 이태원에서 마약 소지자로 검문에 걸리고 말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내용이었다. “무슨 소리냐”고 재차 묻자 “빨리 와 달라”는 대답뿐이었다. 오씨가 정신없이 집을 나서자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뻥이야!”
이와는 달리 통역과 함께 다니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작업맨’(여자를 유혹하는 남자를 지칭)으로 불리는 토마스(창원 LG)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
토마스는 이태원에만 갔다 오면 한국어 실력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런데 그 문장이 대부분 “전화번호 몇 번인가요?”라든지 “남자친구 있어요?”와 같은 ‘작업’ 멘트였다. 이럴 때마다 통역 정권씨가 속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제발 한 번이라도 성공 좀 해봐라. 응?” 그래야 ‘작업’ 뒤치다꺼리에서 해방될 테니까.
〔용〕
온라인 기사 ( 2024.12.11 1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