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오만전에서 5-0 대승을 이룬 까닭인지 오늘 회복훈련하는데 선수들의 얼굴이 상당히 밝아보였습니다. 저 또한 참으로 오랜만에(?) 기자분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니까 기분은 좋지만 솔직히 어제 제 플레이는 그리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결정타는 골키퍼와의 일 대 일 상황에서 찬 공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비껴갔다는 사실이죠. 만약 그때 팀 상황이 무승부였거나 지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더라면 제 실수는 죽어 마땅할 만한 엄청난 실수였어요.
솔직히 경기 중의 제 컨디션은 그리 좋거나 움직임이 가벼운 편은 아니었어요. 상대방에게 쉽게 보이지 않으려고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뛰어다녔고 다행히(?) 오만 선수들이 추위에 주눅 들었는지, 시차 회복이 안됐는지, 아니면 원래 실력이 그것 밖에 안됐는지, 하여튼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한 덕분에 전후반 내내 우리가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설)기현이형도 그런 얘길 했다고 하던데 저 또한 오만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지난번 아시안컵 예선에서 우리가 1-3으로 패한 원인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 졌을까? 어웨이 경기였고 팀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가끔 그런 일이 벌어지긴 하지만 왜 1-3의 스코어가 나게 됐는지 좀 이해가 안됐습니다.
선수들 분위기가 지난해와는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올해는 중요한 국제대회들도 잇따라 열리는 까닭에 목표의식이 좀 더 확실해졌다고나 할까? 생기가 넘쳐나고(물론 나이 어린 선수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개성도 장난 아니면서(각양각색의 헤어스타일이 이걸 증명하죠) 훨씬 재미있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지난해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해요.
헤어스타일 얘기가 나와서 하는 건데 제 머리스타일에도 좀 힘을 줬거든요. 귀국하자마자 단골 미용실로 달려가 머리에 ‘바람’을 넣었는데 (최)성국이 머리를 보니까 기가 죽더라고요. 그 용기와 대범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이)천수가 말을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스타일은 절대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수요일엔 월드컵 예선전으로 치르는 레바논전이 수원에서 열립니다. 이전의 평가전과는 그 내용이 정말 다르겠죠. 자칫 잘못해서 지기라도 하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우리보다는 한 수 아래의 팀이에요. 그렇다고 방심은 절대 금물! 저녁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립니다. 팔짱 낀 채 TV로만 보지 마시고 직접 오셔서 열렬히 응원해 주신다면 아주 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2월15일 울산에서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