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확대 소문…정권 입김 작용?
지난 12일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당선인(오른쪽)이 최원병 회장과 함께한 모습. 고성준 인턴기자
선관위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대략 두 가지다. 우선 선거에서 1차 투표를 마친 뒤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투표권자인 대의원들에게 2위로 결선에 오른 김병원 당선자 지지 문자를 발송했다는 것이 첫 번째다. 또 최 조합장이 1차 투표 후 김 당선자 손을 들어 올려 주고 함께 투표장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유도했다는 것도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현행 위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당일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향후 수사 결과 및 법원 판결에 따라 김 당선인의 당선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것은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으로 봐도 된다. 우리로서는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선관위가 의뢰한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검찰은 농협중앙회장 선거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확보했던 선거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선관위 의뢰 건 말고도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범죄 첩보가 있다. 또 농협중앙회 내부에서 제보도 있었다. 모두 불법 선거 의혹이다. 수사팀에서 이를 다룰지는 조금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사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그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검찰 움직임 배경엔 정권 핵심부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 정권 사정당국이 농협중앙회 선거를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몇몇 사정기관들은 지난해 11월경부터 선거와 관련된 사안들을 꼼꼼히 체크했을 뿐 아니라 직접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엔 후보자들 성향을 비롯해 선거 판세 등이 기록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러한 보고서 내용 대부분이 김 당선인이 아닌 영남권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현 정권이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물밑 지원사격을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의 고위인사는 “표적 사정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김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에게 쏠려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서초동 법조계 주변에서 검찰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수사를 키우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항상 관권 시비가 끊이질 않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동지상고) 출신의 최원병 회장 역시 당선될 때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정도면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그런 차원에서 챙겼던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현 정권이 미는 후보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