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승엽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을 다해 훈련에 ‘올인’하고 있다. 일단 자체 청백전과 2월28일부터 벌어지는 시범경기를 통해 ‘국민타자’다운 방망이의 위력을 마음껏 과시한다는 생각이다.
이승엽이 과연 일본 무대에서 화려한 팡파르를 울릴 수 있을지 여부는 국내 야구팬들의 최고 관심사. 일본 현지에서 이승엽을 전담 마크하고 있는 언론사 특파원들을 통해 일본 야구 정복을 위해 ‘이승엽이 염두에 둬야 할 다섯 가지 체크 포인트’를 알아본다.
▲ 지난 1일 타격연습을 하고 있는 이승엽. 특파원들은 ‘마음 비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스포츠투데이 | ||
현지 특파원들은 이승엽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치는 것이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8일 허리 통증 때문에 연습을 중단한 이승엽으로선 기자들이 강조하는 ‘부상주의보’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을 듯하다.
선동열, 이종범, 조성민 등을 취재하며 일본 야구계와 인맥이 두터운 A기자는 “용병들은 캠프 때의 부상 발생 빈도가 높다. 환경이 다른 데다 항상 언론에 노출돼 있다는 부담이 선수한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면서 “입단 초반에는 상승세를 타다가 결국엔 부상과 무리한 재활로 인해 고생하다 돌아간 이종범의 사례를 이승엽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기자는 또 시즌 개막전에 너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좀 더 여유를 찾으라고 권한다. 때론 급한 마음이 부상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 시즌 전체를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간다면 안타 하나, 홈런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조급함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이다.
- 2.변화구 공략
일본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이 좁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변화구로 타자들을 공략하는 방법에 ‘길들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파원들이 실제 목격한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는 한마디로 장난이 아니라고. 한국 투수들은 포크볼을 던지면 대부분 볼이 되기 십상인데 일본에선 포크볼에 속아 넋 놓고 있다보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는 것. 즉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 없이는 불리한 ‘볼카운트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3.‘새 법’에 적응하라
현지 특파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또 다른 ‘복병’은 바로 위아래로는 넓고 좌우로는 좁은 일본야구 특유의 스트라이크존이다. 여기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이승엽의 성적 또한 달라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
한 스포츠신문의 B기자는 “한국에서 9년간 익숙해진 스트라이크존을 하루빨리 떨치지 못하면 넓고 좁은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에 발목을 잡혀 전체적인 타격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면서 “하나둘 공을 놓치고 볼카운트에 쫓기다보면 자꾸 방망이가 나가고 헛스윙을 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 4.몸쪽 공을 극복하라
일본 투수들이 좁은 스트라이크존에도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과감한 몸쪽 공 승부에 있다. 특히 일본 투수 입장에서는 같은 일본 타자보다는 용병들을 상대할 때 위협구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덜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투수의 심리 상태도 이승엽한테는 불리한 부분이다.
이종범이 부상을 당한 결정적인 계기가 일본 투수의 몸쪽 공 승부 때문이었다는 선례도 이승엽에겐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몸에 꽉 붙이는 인코스 공을 극복하지 못하고선 이승엽의 성공도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게 특파원들의 대체적인 지적. 이승엽 또한 이런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몸쪽 공을 겁내지 않도록 훈련 때마다 의식적으로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 5.마음의 승부가 가장 중요
“아직은 일본 야구의 맛도 못 봤다. 입질만 한 수준이다. 시범경기에 들어가봐야 이승엽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범경기 전까지 차근차근 한 가지씩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A기자는 앞서 열거한 부상, 몸쪽 공 승부, 스트라이크존의 적응 여부 등 모든 것이 결국은 정신적인 건강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별다른 흔들림 없이 ‘국민타자’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전에 일본에 진출한 선수들보단 좀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패를 해도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여유와 배짱이 중요하다는 것.
한편 이승엽은 최근 후쿠우라와 벌이는 1루수 경쟁에서 어느 정도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한국 기자들이 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수비 능력이 뛰어나고, 지바의 프랜차이즈 스타에다 3년 연속 3할대를 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후쿠우라의 프로필은 지금 당장 이승엽이 뛰어넘기가 무리라는 것. 그런 까닭에 이승엽이 시즌 첫 해에는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타격에서 뛰어난 감각을 선보이는 것만을 일차적인 목표로 잡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