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때렸다” 진술에도 살인죄 인정 미지수
지난 21일 ‘아들 시신훼손 사건’ 피의자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현장검증을 받기 위해 부천시 원미구의 모 빌라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의문점은 아들 최 군(당시 7세)의 정확한 ‘사인’이다. 아버지 최 아무개 씨(34)의 경찰 진술대로 사고사인지, 폭행에 의한 살해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 씨와 아내 한 아무개 씨(34)는 모두 살인 혐의에 대해선 강력히 부인했다. 최초 경찰 조사에서부터 부부는 “아이가 사고로 다쳤고, 사망했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했다. 최 씨는 “지난 2012년 10월 목욕을 싫어하는 아들을 욕실로 강제로 끌어당기다 아이가 앞으로 넘어져 다쳤다. 의식을 잃었지만 다시 깨어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후 한 달 뒤 숨졌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찰은 지난 2012년 11월 8일 또는 9일 사이 아들 최 군이 폭행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했다. 최 씨가 “사체를 훼손했다”고 진술한 날짜다. 당초 어머니 한 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남편의 권유로 주말(2012년 11월 9~11일) 동안 친정에 간 사이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경찰이 9일 한 씨가 자신의 집에서 치킨 배달을 시킨 뒤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한 씨는 결국 이 사실에 대해 시인했다.
이 과정에서 한 씨는 “지난 2012년 11월 8일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조기퇴근 해 아들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며 “전날 남편이 안방에서 아들의 얼굴을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차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게 하는 등 2시간여에 걸쳐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이러한 한 씨의 진술을 토대로 최 씨를 추궁하자, 최 씨도 이날 폭행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최초 진술했던 지난 2012년 10월 ‘목욕탕 사고’가 일어난 날에도 “아들을 실신할 정도로 폭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과 평소에도 최 씨가 “아들이 거짓말을 하며 말을 듣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반복적으로 주먹으로 폭행해왔다는 진술을 근거로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뼈밖에 남지 않은 최 군을 상당기간 폭행한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죽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폭행을 계속한 것은 사망 가능성을 예상했다고 볼 수 있다”며 “폭행으로 인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군에 대한 국과수 감식 결과에서 사인은 불명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국과수 관계자는 경찰에 구두소견을 통해 “최 군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직접적인 사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폭행에 의한 사망의 경우 복부 손상 등 신체의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해부해 사인을 추정하는 게 보통인데, 최 군의 시신은 몸통 등이 남아 있지 않아 분석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 전경.
또한 국과수 관계자는 “최 군의 머리와 얼굴 등에는 멍이나 상처로 인한 변색 현상이 관찰되며, 이는 최 군에게 외력이 가해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뇌출혈이나 두개골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만큼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누군가의 구타나 사고에 의해 발생했을 이 같은 변색 현상이 최 군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여전히 부부는 “살인이 아닌 사고사”라며 살인 혐의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결국 경찰이 살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은 모두 부부의 진술과 정황 등을 근거로 한 추정일 뿐, 사인에 대한 의문점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이유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다. 최 씨는 아들이 사망하자, 시신을 훼손해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최 씨는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이후인 2013년 3월, 부천 원미구에서 인천 부평구로 이사할 때도 그대로 가져가 냉동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경미한 전과가 하나 있고, 정신병력 등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면서 충격은 더욱 증폭됐다.
최 씨는 경찰조사에서 “시신이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상온에 마냥 둘 수 없어서 냉동실에 넣기 위해 흉기로 시신을 훼손했다”라며 “훼손한 신체를 외부에 버리면 신분과 범행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욕실 바닥에 넘어져서 다쳤다’는 최 씨 진술대로 최 군이 사고로 숨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했다는 점과 사망 이후에도 신고는커녕 시신을 훼손해 아내와 딸이 함께 사는 집 안 냉장고에 몇 년씩 보관한 점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얘기다. 경찰도 최 씨의 진술을 쉽게 납득하지 못해 시신 훼손 경위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씨는 끝내 명확히 대답하지 않았다.
사라진 시신 일부의 행방도 아직 묘연하다. 최 씨는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지난 15일 인천 지인의 집에 최 군의 시신이 든 가방을 옮겼고, 이 과정에서 경찰에 시신이 발각됐다. 발견 당시 최 군의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시신 일부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 씨가 당시 살던 부천시 원미구의 집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고에 보관한 만큼, 일부만 바깥으로 옮겼거나 유기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는 사라진 시신 일부에 대해 “쓰레기봉투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4년이 지나 사실 확인이 어려워, 역시 최 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들 부부가 최 군의 여동생인 딸은 학교에 제대로 보냈고 주위 사람들이 볼 때 별다른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왜 유독 아들에게만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최 군의 여동생이 다니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최 군의 여동생에게서 학대나 구타 등 범죄피해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고, 특이한 점도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한 씨는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사실을 알고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딸의 육아 문제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도 딸 이야기가 나오면 “딸은 직접 키워야 한다”며 눈물을 흘리고 동요하는 등 큰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8일 법원은 딸의 친권 정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지난 21일 최 씨를 상대로 현장검증을 벌이고, 22일 최 씨와 한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훼손,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