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두 번 손빼기
좌상귀 쪽 흑1, 상변 흑 대마를 안정시키면서 실리도 벌며, 나아가 외롭게 좌상귀를 지키고 있는 백 한 점을 공략하는 일석삼조의 한 수.
좌하귀 백2. 실전 102수째인데, 100수가 넘어 빈 귀를 차지하다니, 이전의 전투가 얼마나 긴박했느냐 하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흑3으로 선제공격. 백4는 우상귀에서 흘러나온 삼각형으로 표시된 흑 대마에게 달아날 것을 종용하는 수. 이쪽에서 먼저 공작하면서 좌상귀 한 점의 수습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흑은 5로 역습하고 7로 차단, 좌상귀를 크게 넣겠다고 한다. 대담한 손빼기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검토실에서 “백8에는 어쩌려고…?” 우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 7단의 흑돌은 하중앙 9의 곳에 놓여지고 있었던 것. 거듭 손빼기다.
백이 일단 흑의 기세에 눌렸다. 백1 이하로 우선 좌상귀 한 점을 살리고 있다. 백15가 생명선. 흑16 다음 백은 A를 선수하고 B로 사는 것.
백17·19는 좌상귀를 살리기 전에 다시 대마의 사활을 물은 것. 응수를 보고나서 살 작정이다. 그러나 흑은 세 번째 손을 빼고는 20으로 젖혀 버렸다. 좌상 백은 일단 잡힌 모습.
<3도> 맛보기
1도 흑9 다음 본도 백1·3으로 잡으러 가는 것은? 흑4가 선수여서 가볍게 산다. A와 B가 맞보기인 것.
<4도> 교묘한 수순
2도 흑20 다음 본도 백1로 젖혀 잡으러 가는 수는 없을까?
그것도 잘 안 된다. 흑2·4가 교묘한 수순이 된다.
백은 5로 끊을 수밖에 없는데, 흑6으로 이어지면 저
절로 선수 한 집이 생기고 8·10으로 또 한 집.
백5로 7의 곳에 끊어 옥집으로 만들 수 없는 상황인 것이 묘하다.
<5도> 역시 완생
2도 흑22 다음 본도 백1은? 흑2~6에서 8이 선수이며 다음 10의 선수에서 12로 젖혀 탄력을 이용하는 것이 익혀둘 만한 테크닉. 16까지 역시 완생이다.
백1로는 A로 치중하는 것이 까다로운데, 그래도 흑이 잡히는 그림은 없었다.
목 7단이 대담한 승부근성과 강인한 감투정신, 깊고 치밀한 수읽기로 이창호의 한 봉우리를 넘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넘다보면 어느날 극복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