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없이 대권도 없다 ‘강은 정의 운명’
▲ 정동영 당의장(왼쪽)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 과연 한 배를 탈 수 있을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강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한 열린우리당의 노력은 ‘삼고초려’ 이상이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해 김혁규·조배숙·김두관 최고위원이 모두 강 전 장관을 찾아가 출마를 설득했고 인재발굴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문희상 의원과 한명숙 의원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을 ‘모셔오는’ 일은 열린우리당 내에서 최고의 충성심으로 인식될 정도다.
열린우리당의 요청에 대한 강 전 장관은 답변은 여전히 ‘고민중’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2월 23일 강 전 장관은 라디오 진행자 손석희 씨와의 통화에서 “정치에는 여전히 뜻이 없지만 외부로부터 압박이 너무 강하다. 출마를 거부할 구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월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제는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상당한 결단이 필요한 공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마음을 졸이면서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관심은 입당 시기에 쏠려 있다. 일부에서는 강 전 장관이 가진 신비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월 이후에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지만 3월 중에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 전 장관은 손석희 씨와의 통화에서 “3월 중으로는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경선과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3월 중으로는 출마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하면 당내 ‘교통정리’는 비교적 쉬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계안·민병두 의원이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지만 열린우리당 내에서 본선 경쟁력을 감안한 ‘강금실 대세론’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일부에서는 경선을 생략하는 ‘전략 공천’도 검토하고 있다. 정동영 의장도 이에 대해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분들과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하면 좋은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계안·민병두 의원은 강 전 장관을 영입해도 당내 경선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설사 경선을 거친다고 해도 현재의 당내 분위기로는 강 전 장관이 어렵지 않게 후보로 선출되리라는 게 대다수 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강 전 장관은 과연 본선에서 승리하고,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을 구하는 ‘강다르크’가 될 것인가.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금실 전 장관은 야당 후보들을 5~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강금실 효과’가 일시적인 거품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 전 장관에 대해 “철학과 원칙이 뚜렷한 분이고 ‘내공’이 있다”며 “법무장관 하면서 보여준 높은 개혁정신과 강단, 인생의 역정을 봐도 그렇다”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민병두 의원은 “강 전 장관이 보여준 행동과 어투가 기성 정치권에 식상한 국민들의 탄성을 자아냈다”며 ‘거품론’을 부정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강 전 장관은 능력과 도덕성 모두를 갖춘 제3세대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강 전 장관은 법무장관 시절 공인으로서 기본적인 검증을 거쳤고 검찰 조직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내공을 보여준 바 있다”며 “강 전 장관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거품보다는 능력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거품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권영세 의원은 “지금은 사실상 인기투표 성향이 강하지만 거대도시 서울을 경영할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가를 검증하게 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도 “본격적인 검증과 후보 간 토론이 이뤄지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강 전 장관이 나온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쉬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월드리서치 김상범 이사도 “시정운영 능력과 개인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쨌거나 강 전 장관은 이미 정국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카드’의 성공 여부는 전체 정치지형은 물론 열린우리당 내 권력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이 짙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참여정부 심판을 통해 정권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반면 열린우리당이 이기면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키는 동시에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강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내 대권주자들과는 특별한 친소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18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정동영 의장의 경우 강 전 장관과 운명의 배를 함께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영입에 실패할 경우 당 지도부로서 유력 후보를 놓쳤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 의장이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비워놓으면서까지 강 전 장관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영입에 성공하더라도 선거에서 패할 경우에 정 의장은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서울시장 선거가 지방선거 승패의 중요한 잣대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선거 패배 책임론’이 제기된다면 정 의장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강금실 서울시장’이 실현될 경우 최대 수혜자 역시 정 의장이 몫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정 의장은 강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본다”며 “강금실 카드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다면 정 의장이 당내 다른 주자들의 도전을 한 발 따돌리는 동시에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고건 영입론’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후보 강금실’은 지방선거 시험대에 오른 ‘대선주자 정동영’의 ‘운명’인 셈이다.
이정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