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청소년 기사들에게 가려 빛을 못보던 노장들이 색다른 진행방식 덕분에 재기의 칼을 갈게 됐다. 사진제공=한국기원 | ||
전자랜드배가 선보인 색다른 진행방식은 이렇다.
‘1·2차 예선(토너먼트)→본선(리그 혹은 토너먼트)→결승기 또는 도전기’로 치르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 단(段)이 아닌 나이로 조를 나누어 각각의 조에 청룡 백호 봉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룡 : 만 25세 이하(84명 토너먼트, 8강까지 왕중왕전 진출)
백호 : 만 26세 이상 만 50세 이하(69명 토너먼트, 8강까지 왕중왕전 진출)
봉황 : 만 51세 이상(44명 토너먼트, 8강까지 왕중왕전 진출)
각 파트는 자체로 토너먼트를 벌여 우승자를 가리며, 8강까지는 ‘왕중왕전’ 진출권을 얻는다. ‘왕중왕전’은 각조 8강, 총 24명이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토너먼트. 말하자면 각조 토너먼트는 오픈전이고, 24강전이 메인 토너먼트인 셈이다.
대국 방식은 초속기. 제한시간 각 20분에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덤은 6집 반. 각조 우승상금은 7백만원(준우승 3백만원)이며, 각조 8강 진출자가 겨루는 왕중왕전(24강 토너먼트)의 우승상금은 4천만원(준우승 1천5백만원)이다.
반응이 좋다. 그럴 수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그늘에 머물던 중견·노장 프로기사들이 반가워하면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요즘은 타이틀 무대든 본선 무대든 10대∼20대 청소년 기사들 아니면 웬만해서는 밟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3개 조 가운데에서 청룡조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백97명의 프로기사 중 81명이 여기에 속한다. 숫자도 많고 실력도, 체력도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다. 이른바 도산검림(刀山劍林)이다. 이세돌 9단을 비롯, 목진석 8단, 송아지 삼총사 최철한 7단, 박영훈 5단, 원성진 5단, 그리고 송태곤 6단 등은 모두가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신세대 강자들이다.
백호부 소속은 68명. 최강 이창호·유창혁 9단을 필두로 양재호·최규병 9단 등의 중견 강호와 김승준 윤성현 윤현석 최명훈 8단 등 일군의 청년 기사들이 제각기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다.
봉황부는 40명. 숫자가 적어 경쟁률(?)은 낮지만 19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역대 국수들과 역전의 맹장들이 재기의 칼을 갈고 있다.
▲ 루이나이웨이 9단 | ||
각조 8강이 결정되기까지를 중간점검해 본다. 최대 이변은 이창호 9단의 탈락인데, 이 9단을 격추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루이나이웨이 9단이었다. 묘한 천적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로써 루이 9단은 이 9단을 상대로 통산 5승1패, 2000년 이후에 벌인 네 번의 대국에서 4연승을 기록했다.
이세돌 9단이, 2001년에 입단한 17세 홍성지 3단에게 일격을 맞고 주저앉은 것도 대형사고. 10대 소년들은 이름이 크게 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경시할 수가 없다. 모두가 힘차고 날이 제대로 서 있어 걸리면 베이는 것.
유창혁 9단은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대회에 불참했다.
국수(國手)들의 대결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봉황부에서는 김인 9단이 하찬석 9단을 꺾고 24강 진출을 노렸으나 조훈현 9단에게 저지되었다. 한편 대회 창설의 산파역이었던 윤기현 9단은 한국적 야성파의 간판 서봉수 9단을 제치고 본선에 안착, 노익장을 과시했다. 각 조 8강의 얼굴은 다음과 같다.
봉황 : 조훈현 윤기현 홍종현 장수영 9단, 고재희 7단, 김종준 5단, 박종렬 임순택 4단.
백호 : 최규병 최명훈 루이나이웨이 9단(최명훈 8단은 3월16일 9단으로 승단) 김성룡 8단, 김영삼 6단, 백대현 5단, 이상훈 4단, 김찬우 3단.
청룡 : 최철한 조한승 7단, 송태곤 6단, 박영훈 5단, 김주호 박병규 박승현 4단, 홍성지 3단. 가장 어린 그룹이지만, 가장 무서운 공포의 청룡조라 하겠다.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은 각조 8강전부터 24강 토너의 결승 3번기까지 바둑TV와 사이버오로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전자랜드 홈페이지에서도 기보를 감상할 수 있다(www.i-etland. 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