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는 재미있는 말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에도 엽기적인 멘트가 난무했는데 그 중에 기억나는 몇 가지를 공개하겠다. 말한 선수 입장을 생각해서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시범경기 동안 잠실경기장에서 벌어진 상황들이다. 경기 중계 전 더그아웃에서 아무개 선수를 만나 컨디션이 어떤지를 물어봤다. 그 선수 왈, “늘 안 좋아서 이젠 오히려 안 좋은 게 편해요.” 또 다른 선수한테 “왜 요즘 부진하냐”며 어디 아프냐고 궁금해하자 이렇게 말한다. “저 신혼이잖아요?” 한 고참급 선수한테 “너 요즘 슬럼프가 너무 길다. 이유가 뭐냐?”고 쑤셨더니 하는 말, “요즘 젊은 투수들은 싸가지가 없어요.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봐요. 좀 맞혀주면 어때서.”
한 젊은 코치한테 올 시즌 우승할 자신이 있냐고 묻자 “그럼요, 타격은 세계 최강이고 투수력은 아시아 최고잖아요. 근데 문제는 우리 팀의 실제 전력이 전부 국내 최강이 아니라는 사실이죠”라며 너스레를 떤다. 올 시즌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세대 선수한테 최대 라이벌에 대해 질문하자 그 ‘어린 놈’이 “음, 얼굴은 장동건이고 몸은 권상우”라고 대답하다 나한테 한 대 맞았다.
또 다른 고참 선수한테 “너는 외야가 편하냐, 내야가 편하냐”고 물었다. “저요? 지명타자요.” 그만큼 체력이 달린다는 뜻이다. 어느 신인 선수 타석 때 역전할 수 있는 중요한 찬스가 왔다. 타석에 들어서는 신인선수한테 타격 코치가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주문하자 옆에 있던 동료 코치 왈, “저 놈 평소에 아무 생각 없는 놈인데 긴장은 무슨~.”
선수들끼리 하는 얘기도 재미있다. 전날 최악의 타격을 한 선배한테 후배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자 그 선배가 “너 같으면 안녕 하시것냐? 내가 정치인들처럼 그리도 뻔뻔스럽더냐?” 하면서 얼굴의 핏대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연패를 하고 있던 팀의 주장 선수가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기자’며 파이팅을 외쳤더니 전날 선발 등판해 패전 투수가 된 모 선수 말하기를 “왜 어제는 저런 말 안한 거야? 와, 열받네.”
지난해에 팀을 옮긴 아무개 선수한테 몸이 정말 좋아졌다고 칭찬을 했다. 그러자 그쪽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밖에 나갈 일이 없어 밥만 먹으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몸이 좋아졌다며 팀을 한 번 더 옮기면 근육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말해 날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또 다른 이적 선수한테 유니폼이 너무 헐렁해서 “살이 빠져 그런 거냐 아니면 원래 크게 맞춘 거냐”고 물어봤더니 “제가 무슨 힙합가숩니까? 열심히 운동해서 살이 빠진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럼 지난해까지는 놀면서 야구했나?
시범경기 때 부진했던 강타자한테 “너는 방망이를 거꾸로 들고 쳐도 3할은 칠 수 있잖아”하며 분위기를 띄우자 “에이! 방망이를 거꾸로 들고 있으면 투수들이 기분 나빠서 몸에다 맞혀요”하고 농담을 했다.
지난 여름 정수근이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엄청나게 더운 날이었는데 이런 날 도루하기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아니요. 도루하는 척하는 게 더 힘들어요.”
올해에도 야구선수들의 엽기적인 멘트를 기대한다.
야구 해설가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