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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인 입심을 자랑했던 포수 이만수. 거포 타자를 만나 입담으로 KO 시킨 경험이 있다고. | ||
현역 시절부터 ‘입담의 대가’로 꼽힌 A코치는 얼마 전 선발로 나간 팀 에이스 B가 초반부터 흔들리자 주심에게 타임아웃을 선언하고 마운드를 향해 뛰어갔다. 물론 포수 C도 투수 코치의 사인을 받고 함께 달려나갔다. 당시 그들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보면 이렇다.
A: (심각한 표정으로) 야, 너 안타 맞고 소주 살래, 아니면 점수 안 주고 내가 너한테 양주 살까?
B: (역시 굳은 얼굴로) 이왕이면 양주 얻어먹어야죠.
C: (B의 등을 두들기며) 야, 나도 좀 끼자. 코치님, 제 자리도 있는 거죠?
양준혁의 삼촌인 삼성의 양일환 투수 코치도 가끔 투수가 타자들을 상대로 맥을 못 추거나 잔머리를 굴리는 듯하면 어김없이 마운드로 뛰어나간다. 그럴 때면 양 코치가 하는 말이 “네가 여기서 고민할 만큼 머리가 좋냐? 평상시처럼 단순하게 던져. 단순하게”다. 투수가 평상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
올 시즌 코치로 보직을 받고 ‘해설가’란 직업을 던져버린 LG의 차명석 코치는 지난 6일 불펜에서 투수들을 훈련시키다 선수의 몸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자 이런 말로 겁(?)을 줬다. “야, 우리가 이틀 동안 두산한테 내준 점수가 몇 점인지 알아? 24점이야. 이럴 수 있는 거냐? 나 코치 오래 해야 해. 우유값은 고사하고 세탁비는 벌어야 하잖아.” 차 코치의 ‘세탁비 타령’이 통해서인지 LG는 이날 경기에서 11-4로 오랜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입심’도 이 정도는 돼야 대포급이라고 하는 걸까. 이만수 코치(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삼성에서 포수로 활동할 당시의 ‘전설’ 같은 일화 한 토막. 당시 LG에서 활동했던 거포 L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런 말을 던졌다. “야, 네 마누라 요즘 잘 있냐?” “아, 그럼요. 잘 지내죠.” “그러냐? 근데 어제 대구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났다. 거 참 신기하네. 서울에서 지내는 사람이 대구에까지 내려오고.”
이만수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한 L선수, 투수의 공이 눈에 제대로 들어올 리 없었다. 결국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나자마자 공중전화로 달려가 아내의 부재를 확인하려고 집으로 전화를 건 L선수. 그런데 웬걸, 수화기 저편에선 여느 때처럼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어머? 자기야. 지금 이 시간에 웬일이야. 경기하는 중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