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권호 | ||
선수촌 터줏대감들이 밝히는 최고의 ‘담치기 선수’는 바로 과거 한국 육상의 대표스타 L선수였다고 한다. L선수는 거의 매일(?) 밤 월담을 해 술을 마시곤 하였는데 워낙 강철 체력이라 다음 날의 고된 훈련도 끄떡없이 소화해내 코치에게 한 번도 의심을 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담치기 선수들을 찾아 볼 수 없다. 선수촌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 때문. 최첨단으로 바뀌는 선수촌 환경은 ‘담치기’를 ‘선수촌의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선 실명을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한 A선수는 ‘정정당당 수법’이 있다고 신종 방법을 귀띔해 주었다. 바로 자연스레 정정당당히 정문으로 걸어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이라는데 몇몇이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선수촌에 PC방이 처음 들어섰을 때 당시 ‘독수리 타법’이었던 심권호는 타자에 능숙한 후배 선수를 데리고 PC방으로 갔다. 이들의 목적은 당연히 채팅. 주말에 별로 할 일이 없었기에 채팅을 통해 ‘번개’를 하려고 했던 것. 후배 선수는 채팅방을 개설했고 조금 기다리니 드디어 여자 상대방이 입장했다.
들뜬 마음에 조심스레 그녀의 신상 명세를 파악한 이들. 상대방은 20대의 대학생이었다. 거기다 집이 태릉 근처였다.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흥분에 작업(?)을 걸었고 드디어 데이트 약속을 하려는 순간 심권호는 불현듯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고 한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고 했던가? 뒤쪽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던 덩치 큰 여자 선수, 그것도 PC방에 자신들을 빼놓고 유일하게 남아있던 그녀가 같은 채팅방에 들어와 있던 것이 아닌가. 심권호는 당시 사격 국가대표였던 A양과 채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친한 선후배 사이가 되었지만 잊을 수 없는 PC방의 추억이라고.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