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일즈’ 내세워 대권 행보?
평의원 신분임을 강조하면서도 전국 각 지역, 특히 영남권의 ‘진박 감별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 의원을 두고 여의도 정가에서 ‘대권 시동’이라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 정부 고위직 출신인 ‘진실한 사람들’ 예비후보 개소식에 일일이 다니며 ‘이 사람이 진박’이라 읍소하는 최 의원이 겉으로는 박근혜 조력자를 구하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자기 세를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평의원으로 돌아온 최경환 의원이 영남권 ‘진박’의원들의 개소식에 잇달아 참석하는 것을 두고 ‘대권’을 위해 이 지역의 맹주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대구 달성군에 출마했다가 번복, 중남구로 유턴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최 의원은 허태열 전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 서상기 의원(3선),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재선) 등 중에 가장 상석에 자리했다. 다른 개소식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지역구(경북 경산·청도) 민심을 다잡아야 할 시점에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오가며 소위 ‘개소식 정치’ ‘축사 정치’ ‘진박 감별’ 등에 나서는 최 의원을 두고 일각에서는 TK의 맹주로 등극하기 위해 소위 ‘친최경환’ 진용을 짜고 TK와 PK의 맹주로 기반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셈법이라는 해석이 나돌고 있다.
현재 대구에서 친최 라인으로 현역 중에선 홍지만(달서갑), 윤재옥 의원(달서을)이 꼽히고 서상기(북구을), 조원진 의원(달서병)은 같은 친박계로 최 의원과 가깝다. 경북에서는 김재원(군위·의성·청송), 이철우(김천), 김광림(안동),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 등이 가깝고 김태환(구미을), 정희수 의원(영천) 등이 친박계로 묶인다.
TK 의원 27명 중 10명 정도가 친최계로 분류할 수 있어 최 의원으로선 세력 확장이 필요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전직 의원은 “인물이 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우리 근처에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인물을 대입해보겠다”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하나는 자신이 가진 자산으로 성장하는 이다. 국민의당을 만든 안철수 의원이 2012년 대선 당시 자력 성장한 케이스라는 것이다. 이 전직 의원은 “당시 안 의원의 자산은 컸고 정치적 부채는 없었다. 안 의원이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밟았다면 결과는 모를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 부채가 쌓였기 때문에 스스로 대권 고지를 밟을 수 없고, 그래서 신당을 창당해 조력자를 모으고 있는 것이라 해석했다.
다른 하나는 최고권력이 커리어를 쌓아주고 밀어주는 방식이다. 그는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재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현 정부에서 원내사령탑에 이어 경제수장이 됐다. 스스로 평의원이라지만 그건 지나친 겸손이다”고 했다. 최 의원의 정치적 스펙을 박 대통령이 그려주고 있다는 말이다.
나머지가 현재권력과 맞서며 성장하는 케이스로 유승민 의원을 꼽았다. 이 전직 의원은 “현재권력에 맞서며 스파크가 일면 국민에게 강하게 각인된다. 유 의원이 책사의 이미지를 벗고 ‘신보수’의 깃발을 꺼내든 주자군으로 성장한 것이 바로 이런 케이스”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를 고수했음에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면 후일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유 의원에게 이번 선거는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으로선 TK에서 유승민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눌러놔야 하고 PK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맞서야 하는 셈이다.
최근 최 의원의 ‘진박 감별’과 힘 실어주기는 이런 해석과 결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대구에 출마한 소위 ‘진실한 사람들’ 예비후보인 곽 전 수석을 비롯,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등의 개소식에 일일이 참석하고, 부산으로 가 이헌승 의원, 진주갑의 박대출 의원, 부산 해운대·기장의 윤상직 전 장관 개소식까지 발품을 팔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서고 있는 김문수 전 지사를 향해 ‘험지 출마’ 이야기가 퍼진 것도 친박계의 요구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최 의원의 대항마 솎아내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지사가 수성갑에서 이길 경우 TK의 맹주를 자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사지로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또 지금은 잊혔지만 최 의원은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새누리당 후보로 유승민 의원을 내심 밀었다. 당시 지역 언론사 보도국장, 편집국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후보로선 김부겸 전 의원을 이기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예비후보들의 공분을 샀다. 서상기 조원진 의원과 주성영 권영진 전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당시 후보군이었다.
대구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당시 유승민 의원도 꽤 불쾌해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유 의원은 서 의원의 의지를 알았기에 친구인 주 의원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서 의원을 밀었다”면서 “하지만 같은 친박계인 최 의원이 유 의원을 넌지시 이야기하니 친박을 자처한 서상기, 조원진, 주성영, 이 예비후보들이 꽤나 반발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최 의원도 뚫어야 할 난관들이 첩첩이다. 당장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두 가지 인사청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청탁 의혹이 다른 의원들에게까지 번지면서 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 또 최 의원의 부인이 남편의 지역구가 아니라 대구까지 건너 와 윤재옥 의원의 개소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서도 경산·청도 일각의 민심이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 의원이 예비후보 개소식 축사 레퍼토리로 내놓은 “현역 교체지수가 가장 높은 곳이 바로 TK”라고 발언한 것도 논란이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라는 얘기로, 최 의원은 지난 2012년 자신에 대한 교체지수가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일축했다.
그는 당시 “교체지수가 조금 높게 나온 것은 최(병국) 경산시장과 협력하면서 잘 지내지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느냐는 질책의 의미라고 본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무조건 바꾸자는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교체 희망은 지역 정치권의 역량 약화만 초래할 뿐이며 재목감은 지역에서 키워야 한다”고 했다. “현역 의원에 대해 물갈이를 많이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지만 무조건 자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않으냐.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최경환 의원은 2008년 ‘친박연대’와 2016년 ‘진박연대’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면서 “2008년 친박연대는 공천학살을 당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던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2016년 진박연대는 무시무시한 대통령의 힘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이 이런 비판여론을 뚫고 대권가도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