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철 | ||
공개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군 면제’라는 당근이 걸려 있는 올림픽 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열망도 뜨겁기만 하다. 7월30일 호주와의 평가전(3-1승)과 지난 6일 프랑스 라싱클럽과의 연습경기 대승(4-0)으로 한껏 고무돼 아테네에 입성한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당돌한 듯하면서 자신만만한 모습을 곁에서 들여다봤다.
올림픽 대표팀 멤버 중 군 문제가 해결된 선수는 유상철, 김남일, 이천수, 조재진, 최태욱뿐이다. 김남일이 부상으로 귀국했으므로 2002월드컵 4강 수혜자와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온 조재진 이외의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2006독일월드컵을 노리거나 군 복무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독일월드컵 4강은 요원하다.
▲ 이천수 | ||
최성국은 “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해외진출도 부담되고 솔직히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김남일 대신 와일드카드로 그리스로 향한 정경호도 “정말 죽을 때까지 뛰어 이참에 군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애국심도 중요하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겐 병역 해결만큼 확실한 ‘목표’도 없다.
숙소에 머물 때 선수들은 노트북을 끼고 산다. 노트북에 저장해온 노래를 들으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호텔에 마련된 축구게임기 앞에서는 한 치 양보 없는 시뮬레이션 축구경기를 펼친다. 이때는 선후배도 없다. 김호곤 감독과 이상철 코치도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열정을 느낀다며 훈수를 두며 지나가곤 한다.
또 선수들은 함께 방을 왔다갔다 하지만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이전에는 선배라면 후배방에 마음대로 들락거렸지만 개인시간을 뺏는 일은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금물이다.
대부분이 23세 이하인 대표선수들은 서로의 공간을 배려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이전보다 강하다. 푹 쉬고 있을 때 선배라고 해서 함부로 후배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돼 있다. 히딩크 감독 시절부터 강조해온 선후배간 ‘엄숙함 깨기’가 올림픽대표팀에서 완성됐다고 보면 된다.
▲ 최성국 | ||
이천수는 올림픽 대표팀 중 유일하게 2000시드니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천수는 시드니에서 첫 경기 스페인에 1패, 두 번째였던 모로코전 때는 결승페널티골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인 칠레전(1-0승) 때 퇴장당했다. 2승1패의 호성적에도 예선탈락의 아픔에 벤치에서 눈물 흘렸던 이천수의 눈빛은 이제 달라졌다. 후배들을 모아놓고 특유의 입심으로 좌중을 압도하지만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지 않겠다”며 후배들을 독려한다.
유난히 이천수를 따르는 최성국은 “만약 이번에 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절로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팀의 눈물은 천수형의 시드니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전사들의 눈빛을 보면 분명 또 다른 눈물을 흘릴 것 같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눈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보고 싶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