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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병훈(병): 승호야. 허벅지가 아프다고 소문났던데 지금은 좀 괜찮아졌냐?
이승호(승): 네. 많이 좋아졌어요. 한 열흘간 치료했는데 지금은 멀쩡해요.
병: 요즘 누나(부인을 지칭하는 말. 부인이 두 살 연상이다)하고는 잘 지내지?
승: 하하. 그럼요. 와이프가 임신 5개월이라 여왕마마 모시듯이 살고 있답니다.
병: 너, 집에서도 야구장에서처럼 말이 없고 재미가 없는 남자일 것 같은데.
승: 제 성격이 어디 가겠어요. 저는 혼자 있길 좋아하고 쉬는 날도 집에만 있는 성격입니다.
병: 부인도 너랑 똑같니?
승: 아니요. 와이프는 즐겁고 유쾌하면서 쿨한 여자예요. 항상 저를 즐겁게 해 줍니다.
병: 어떻게 즐겁게 해주는지 무지 궁금해지네. 널 보니까 와이프가 애 낳으면 두 명의 애를 키울 것 같다.
승: 그래도 우리 2세랑 저랑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차이가 있지 않겠어요? 하하.
병: 대학 때의 이승호는 어떤 선수였니? 지금처럼 잘 나갔는지 궁금하네.
승: 절대 그럴 리가 없었겠죠. 4학년 때 딱 한 번 선발로 나갔어요. 거의 구경만 하는 수준이었죠.
병: 너 신인 드래프트 때 2차 지명에서 1순위로 입단하지 않았니?
승: 네. 그게 이유가 있어요. 거의 팔을 쓰지 않았고 LG랑 연습 경기만 하면 죽여주게 던졌어요. 그 점에 LG가 ‘뿅’ 간 거죠.
병: LG가 스카우트에 성공한 거네. 그런데 시합에는 왜 못 나왔냐.
승: 제가 연습 때는 최고였어요. 그런데 시합만 나가면 떨려서 못 던졌거든요. 한 마디로 ‘새가슴’이었죠.
병: 지금도 떨려서 볼넷이 많은 거 아냐?
승: 에이. 지금은 아니에요. 솔직히 제가 볼넷은 많은 편인데 그게 유인구 던지려다 그런 거예요. 정말예요.
병: 너 투구수도 무지 많은 편이잖아.
승: 그건 그래요. 그래서 에이스인데도 투구수가 많아 이닝이 짧아요. 그 점이 항상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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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 현재 9승7패인데 완투승이 한 개도 없어요. 그게 좀 열 받는 얘기죠.
병: 그럼 네가 감독한테 끝까지 던지겠다고 말해봐.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승: 그게 어려워요. 제가 투구수가 많다 보니까 1백20개 정도 던지면 6~7회 밖에 안돼요. 그러니까 끝까지 던질 수가 없죠. 타자들이 유인구에 속아주면 완투할 수도 있으련만….
병: LG 팬들이 팀 성적에 따라 반응이 가장 민감하기로 소문 나 있는데 너한테 개인적인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니?
승: 당연히 있죠. 특히 볼넷이 너무 많다고 하고 승률이 좋지 않다고 지적해요. 9승7패니까 5할이 조금 넘잖아요.
병: 네 별명도 팬들이 지어 준 거지?
승: ‘승리호’ 말이에요? 그런데 팬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해요. 하지만 순위 다툼이 치열한 요즘 남은 경기 몽땅 승리하면 제 별명처럼 ‘승리호’가 되는 거겠죠. 하하.
병: 네 공을 제일 잘 치는 타자가 누구냐?
승: (장)종훈이 형이요. 그 형한테는 많이 맞았어요. 올해도 만루홈런 맞았잖아요. 그런데 그 형도 늙어서 이제는 안 무서워요. 최근에는 (양)준혁이 형이 제일 무서워요.
병: 한때 트레이드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승: 선배님, 제가요. 트레이드 절대 불가 선숩니다. 전 LG에 뼈를 묻을 거라구요.
병: LG가 화장터냐? 뼈를 묻게.(동시 웃음) 그건 그렇고 네 성격상 어떤 스타일의 팀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승: 당연히 LG죠. 제가 주위 반응에 상당히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딱딱한 분위기의 팀보다는 LG처럼 자유분방한 팀이 제격이에요.
병: 네 실력을 솔직히 평가한다면 A, B, C 중 어느 클래스에 속하는 것 같니?
승: 솔직히 말해서 LG처럼 투수력이 좋은 팀에서 1선발이면 A급 아닌가요?
병: 아무렴 A급이지. 근데 표정이 왜 그러냐?
승: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저는 어느 팀에 가더라도 선발로 뛸 자신이 있어요.
병: 알았다. 요즘 후배들은 자기 자랑을 아예 대놓고 하네. 술 실력은 어때? 소문이 난 것도 같은데.
승: 무슨 소문이요? 소주 1~2병 정도는 마셔요. 가끔 동료들하고 고기 먹으러 가서 마십니다. 그때 외에는 전혀 안 먹어요.
병: 그래야지. 네가 집에서 식사하면서 반주 한잔 할 나이는 아직 아니지.
승: 언제 한번 소주 한잔 하시죠. 계산은 선배님이 하시고.
병: 네 연봉이 아마도 일억천만원이지? 그래 적게 버는 내가 살테니 한잔하자. 그나저나 오늘 고맙다. 경기도 더블헤더로 치르는데. 고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