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병훈(이): 먼저 반갑다. 영어가 짧아서 고민하다가 통역이 있다는 소리에 과감히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선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라 브룸바가 한국말을 못하는 게 아닌가.
브룸바(브): 말이 되는 소리다. 아직 한국말을 배우지 못했다. 짧은 단어 외에는. 정말 미안하다.
이: 한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이 몇 번 기록됐는지 알고 있나.
브: 딱 한번 있었다고 들었다.
이: 그만큼 대단한 기록인데 긴장될 것 같다.
브: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팀 우승을 위해 열심히 할 뿐이다.
이: 같은 남자가 봐도 미남형이다. 야구 안했으면 뭘 했을 것 같나.
브: (어깨를 우쭐거리며) 영화배우로 성공했을 것이다.
이: 수염이 독특하다. 수염 관리법이 궁금하다.
브: 별 게 다 궁금하다. 내가 직접 손질한다. 시간이 많아 관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지난 번 올스타전에 뽑히지 못했을 때의 심정은?
브: 정말 화가 났고 이해가 안됐다. 미국에서는 미국 사람이 아니라도 실력이 뛰어나면 올스타에 선정된다. 그게 진정한 올스타전이다.
이: 한국 타자 중에 누가 제일 잘하는 것 같나.
브: 삼성의 양준혁은 덩치도 크고 야구도 잘한다. 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 김태균(한화)은 공격적이고 무서운 타자다.
이: (웃으며) 현대에는 무서운 선수가 없나?
브: (역시 웃으며) 다 잘 한다.
이: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꼽는다면?
브: 박명환, 엄정욱, 임창용이 등판할 때 제일 애를 먹는다. 그 세 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 같다.
이: 한국 음식은 잘 먹는가.
브: 불고기, 갈비는 거의 매일 먹는 편이다. 집에서 직접 해먹으면 거의 환상적이다.
이: 가족과는 같이 지내나.
브: 한국에서 같이 생활한다. 와이프가 늘 옆에 있어 밤에도 외롭지(?) 않다.
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브: 없다. 가끔 이종격투기 경기를 시청한다.
이: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브: 미국의 트리플A보다는 잘하는 것 같고 메이저리그보다는 한 수 아래다.
브: 나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프로 선수다. 계약 조건만 좋으면 어느 나라, 어느 팀에서도 뛸 수 있다.
이: 외국 스카우트들이 자주 당신을 보러 오는데 모르다니 이해가 안 간다.
브: 나한테 아무 말도 안했기 때문에 모른다. 내년에 현대와 계약 조건만 맞는다면 현대에 남고 싶다.
이: 미국에서 싸움질 한 적이 있었나.
브: 남자들끼리의 싸움 말인가? 싸운 적 많다. 전적은 10전 10KO승이다. 사실이다. (동시 웃음)
이: 한국 프로야구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브: 무승부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프로 스포츠는 밤을 새워서라도 승부를 내야 한다. 마치 비기기 위해 경기하는 팀도 있는 것 같다.
이: 팬클럽이 있나.
브: 있다. 그 분들께 고맙다고 꼭 전해 달라. 저번에는 어떤 팬이 무슨 새처럼 생긴 모양을 한 종이 접기를 해서 천 개나 만들어 보내왔다. 진짜 깜짝 놀랐다.
이: 그게 종이학이라는 거다. 부럽다. 난 선수 시절에 그런 선물은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가.
브: 한국은 연습량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많이 힘들다.
이: 개인 연습을 따로 하느냐고 물어 본 거다.
브: 이렇게 힘든데 무슨 개인 연습? 엄두도 못 내는 일이다.
이: 현대가 유독 관중수가 적다. 선수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일 것 같다.
브: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전년도 우승팀의 관중이 이렇게 적을 수가 있나. 아마 미국 일본 한국을 통틀어서 1위팀의 관중이 적기로는 현대가 유일할 것이다.
이: 현재 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다관왕 하고 나면 한 턱 쏠 건가.
브: 주위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미국에는 그렇게 쏘는 문화가 없다.
이: 한국에는 있다. 한국 문화를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
브: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시즌 끝나면 결정하겠다.
이: (포기하지 않고) 박찬호가 LA 다저스 신인 시절 그의 양복을 동료들이 가위질한 거 알고 있나? (목소리 톤을 높이며) 한국에는 그런 전통이 없지만 박찬호는 그들 전통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브: 어이쿠 알았다. 안 쏘면 큰 일 나겠다. 시즌 끝나면 동료들한테 식사 대접할 것을 꼭 약속하겠다.
이: 한국말 중에 ‘짠돌이’라고 하는 소릴 들어봤나.
브: 처음 듣는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95%가 짠돌이다. 그래야 돈을 모은다.
이: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브: 우리 현대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많이 많이 와 주시구요, 브룸바가 더욱 분발할 수 있도록 응원도 부탁드립니다. 제 성적이 좋아야 한 턱 쏠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