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위)신문선, 김병주,(왼쪽아래) 김경욱, 심권호 | ||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 중계방송과 관련해서 KBS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기록했다. 개막식을 비롯해 유도, 양궁 등 주요 종목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그 뒤를 이어 SBS가 축구, MBC가 탁구 등에서 정상의 고지를 밟았다.
올림픽의 ‘장외 전쟁’으로 불리는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 주요 종목별 시청률 기록을 통해 국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스타 해설가들의 명암을 살펴보도록 한다.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마다 각 방송사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한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해설가로 기용, 시청률 확보에 나섰다. 선수 시절부터 국민들의 큰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스타들이 해설하는 중계방송은 시청자 입장에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덤으로 안겨주는 셈. 이를 통해 선수시절 성적만큼이나 해설가들의 뜨거운 경쟁도 커다란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낸 해설자는 KBS 유도 해설가로 나선 김병주씨(공군사관학교 교수)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회 동메달리스트인 김 위원은 국제 심판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미정씨(용인대 교수)의 남편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는 지난 16일에 열린 북한 계순희의 결승전. 김 위원은 25.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용철(SBS 18.5%), 윤동식(MBC 5.5%) 해설위원을 크게 앞질렀다. 바로 이어 열린 이원희의 결승전 역시 25.5%를 기록한 김 위원이 18.7%(SBS), 11%(MBC)에 그친 두 해설위원을 앞질렀다. 이는 19일 열린 장성호의 결승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18.7%로 김 위원이 1위 자리를 이어갔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대회부터 해설가로 활동해온 김 위원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걸쭉한 입담으로 유명하다. “대회 초반 후배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자 징크스를 깨기 위해 면도도 안하고 계란도 안 먹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해설에 임했다”는 김 위원은 선수 시절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해설로 시청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모두 3개의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올린 양궁 경기는 가장 뜨거운 경쟁 무대였다. 한국의 하계 올림픽 사상 최다인 4관왕의 주인공 김수녕이 MBC 해설위원을 맡았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 2관왕 김경욱이 KBS,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서향순이 SBS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절친한 양궁 스타 선후배들의 해설 대결에서는 김경욱 위원이 근소한 차이로 1위에 올랐다. 남녀 단체전 중계방송에서 각각 24.3%, 23.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이성진과 박성현의 개인전 준결승 경기에서도 각각 21.7%, 24.1%로 역시 시청률1위였다.
서향순 위원은 한국 여자 단체전 준결승전(19.4%), 김수녕 위원은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여자 개인 결승전(21%)에서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전체적으로는 김경욱 위원에 미치지 못했다.
▲ 김주성,박주봉 | ||
중국 만리장성에 도전한 탁구 역시 뜨거운 대결이 이어졌다. 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리스트 안재형(한체대 감독·KBS), 1973년 사라예보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 주역인 정현숙(단양군청 감독·SBS), 여자 국가대표팀 전 감독인 이유성(대한항공 감독·MBC) 등 현직 감독 3인방의 맞대결은 이유성 해설위원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최고의 빅 매치였던 유승민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MBC가 16.5%로 시청률 수위를 기록했고, 은메달에 그친 이은실·석은미 조의 복식 결승 경기에서도 13.9%로 11%(KBS)와 7.1%(SBS)에 그친 두 방송사를 압도했다. 이유성 위원은 이미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SBS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까지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명쾌한 해설이 돋보였다.
가장 큰 관심을 끈 축구 경기에서는 역시 신문선 해설위원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멕시코전에서 12.3%로 1위에 오른 데 이어 파라과이와의 8강전에서도 15%로 시청률 1위를 수성했다. 눈길을 끈 것은 신예 김주성 해설위원(MBC)의 만만치 않은 추격. 멕시코전(9.0%)과 파라과이전(11.6)에서 2위에 오른 김 위원은 말리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0.3%를 기록, 9.8%에 그친 신 위원을 제치고 깜짝 1위로 등극했다.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들의 시청률 대결이 뜨겁게 펼쳐질 전망.
배드민턴은 백중세. SBS 김문수 해설위원이 이동수·유용성 조의 준결승전(18%)과 손승모 선수의 결승전(15.5%)에서 시청률 우위를 점했다. 또한 MBC 방수현 해설위원은 김동문·하태권조의 준결승(4.5%)에서, KBS 박주봉 해설위원은 빅매치였던 이동순·유용성 조와 김동문·하태권조의 결승전에서 20.8%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 위원과 박 위원이 자웅을 겨룬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신예 방수현 위원이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금메달이 확실시 됐던 김인섭 선수가 예선 최종전에서 지미 사무엘손에게 패한 순간, 우리는 금메달 대신 심권호라는 또 한 명의 스타 해설자와 만나게 된다. ‘어록’이 만들어질 만큼 큰 인기를 얻은 심권호 SBS 해설위원은 다음 경기에서 당당히 시청률 1위에 올랐다.
그의 저력이 알려지기 전인 김인섭 선수의 예선 최종전 성적은 4.5%로 KBS 유인탁 해설위원(4.6%)에게 간발의 차이로 뒤진 2위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해설이 화제가 되면서 정지현 선수의 결승전에서는 15%의 시청률로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랐다. 심 해설위원은 정계진출을 위해 떠난 ‘빠떼루 아저씨’ 김영준씨를 대신해 또 한 명의 레슬링 해설위원 스타가 될 전망이다.
이번 2004아테네올림픽 중계방송의 시청률 조사 기록은 유명 선수 출신이 반드시 좋은 해설가는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예전에 좋아했던 스타 선수의 생생한 해설보다는 안정감 있고 밀도 있는 해설에 시청자들이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것.
오히려 계속되는 말 실수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스타 해설자’들 몇몇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선수 시절만큼이나 해설하는 데도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게 이번 올림픽 방송 해설자들의 이구동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