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레슬링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치발리볼이 두 주인공.
여자레슬링은 사실 대회 개막 이전까지 ‘눈요기 종목’이라는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터질듯 큰 가슴’과 ‘체위를 연상케 하는 자세’가 쉼 없이 이어지는 미국 여자 프로레슬러들의 선정적인 모습이 남성들의 뇌리에 워낙 강하게 박혀있었기 때문.
이번 대회 자유형 48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파트리샤 미란다(미국)가 대회 전 “진흙탕 레슬러들과 우리를 동일시하지 마라. 반드시 이를 깨트리겠다”고 밝혔을 정도. 그러나 올림픽이 끝난 후 여자 레슬링은 ‘금녀의 벽을 깬 훌륭한 종목’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여느 남자 선수들 못지않게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며 경기에 매진하는 여자 레슬러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섹시’ 운운하는 팬들은 없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종목은 비치발리볼. 사실 비치발리볼에 나선 선수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유니폼이 야한 것으로 따지면 등이 다 패인 유니폼을 입고 사이클을 타는 3종경기 선수들이나 수영 선수들도 비치발리볼 못지않기 때문. 다만 이번 아테네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거의 ‘디스코 장’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선수들까지 ‘도매금’으로 욕을 먹은 것.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허용된 ‘응원 음악’에 비키니 차림의 여성 선수, 경기 중간에 뛰어나와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공식 치어리더들’. 급기야 네덜란드전에서 2-0 완승을 거둬 흥이 난 노르웨이 여자선수들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들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라는 올림픽 정신에 ‘보다 섹시하게’를 넣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준]